|
행인(杏仁)은 살구나무 열매의 속씨다. 감매인(甛梅仁) 또는 노음자(老陰子)라고도 한다. 맛이 쓰고, 성질이 따스하다. 약성이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에 작용하여 천식(喘息)을 다스리고, 대장의 열기로 인해 막힌 변을 부드럽게 해 준다.
약리 실험 결과 살구씨에는 아미그달린이 다량 함유되어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미그달린은 식물에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B17을 말하는 것으로 살구씨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다. 아미그달린을 결정체로 분리해 암 치료에 쓰고 있는 멕시코 오아시스병원의 임상 결과를 보면 70퍼센트의 환자가 몸이 훨씬 좋아졌다고 느끼고, 30퍼센트는 실제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전통의학에서는 살구씨의 껍질과 씨앗의 뾰족한 부분은 버리고 약재에 밀가루를 묻혀서 볶아서 쓴다. 위를 편안하게 하고, 대장 운동을 촉진시키며, 변비 개선에 효과적이다. 특히 진액이 말라 오는 노인성 변비와 산후 변비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진해거담(鎭咳祛痰) 작용이 있어 기침, 인후통, 편도선염에도 좋다.
『의학입문』에 의하면 “열이 있고 땀이 나면, 열두 살 미만의 사내아이 오줌에 살구씨를 3일간 담가 두었다가 쓴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살구씨는 진해거담제로서 기침이 북받쳐서 호흡곤란을 일으킬 때, 숨이 가쁘고 가래가 끓을 때 사용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 문헌으로 본 법제 요령
1.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제중신편』 『의종손익』 은 약재의 속껍질을 벗기고 뾰족한 끝부분을 떼어 버리고 쓴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 부분에 독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씨가 붙어 있는 것은 골라 버리고 쓴다고 했다.
2.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방약합편』 『태평혜민화제국방』은 약재를 골라 밀기울과 함께 누렇게 될 때까지 덖는다고 했다. 약재를 덖어서 쓰면 독성이 완화되거나 없어진다고 하였다. 보조 약재로 밀기울을 쓰는 것은 비위를 보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3. 『의방유취』는 약재를 골라 생강즙액을 섞어 덖는다고 했다. 또는 약재를 꿀과 섞어서 누렇게 될 때까지 덖는다고 했다. 생강즙을 쓴 것은 가래 없애는 작용을 돕기 위함이라고 했다. 또 꿀을 쓰면 폐를 윤택하게 하고 기침을 멎게 하는 작용을 돕는다고 하였다. 이렇게 법제하여 쓰면 노인들의 기침에 좋다고 하였다
4. 『동의보감』은 약재를 백반과 조각자 달인 물에 담갔다가 쓴다고 했다. 또는 약재를 술에 넣고 끓여서 쓴다고 했다.
5. 『의방유취』는 식초에 넣고 끓여서 쓴다고 했다.
6. 『천금익방』은 까맣게 태워서 쓴다고 했다.
7. 『정화증류비용본초』는 약재를 검은콩, 석회와 섞어서 가마에 넣고 물을 부어 끓여서 색깔이 누렇게 될 때 꺼내 쓴다고 했다.
◎ 경험으로 본 법제 요령
약재를 끓는 물에 넣어 데쳐서 찬물에 담그면 속껍질이 잘 벗겨진다. 속껍질을 전부 벗겨 버리고 약재의 뾰족한 부분을 떼 버리고 썼다. 이것이 동의 임상에서 사용한 절대다수의 경험 자료다. 마주 붙은 쌍둥이 알을 골라 버리고 쓴 경험도 있었으나, 많지는 않았다. 약재를 약간 누렇게 덖어서 쓴 경험도 있었으나, 일반적으로는 그대로 썼다.
◎ 현대적인 법제법
행인은 덖어서 쓰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러 가지 보조 약재들을 쓴 것은 약재의 작용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그밖에 문헌에 쓰여 있는 방법들은 그때의 문헌에만 기재된 방법이었다. 그 이후 문헌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료들이다. 최근 우리나라 임상에서는 그대로 쓰거나 약간 덖어서 썼다. 아미그달린의 분해에 의하여 생기는 시안산은 독성이 강한 물질로서 적은 양에서도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중독은 중추신경계통의 호흡 및 혈관 운동 중추를 홍분시킨다. 그러므로 쓸 때는 이런 중독을 고려하여 쓰는 양에 주의해야 한다. 약간 덖어서 쓰면 독성물질이 줄어들므로 쓰는 양을 다소 여유 있게 조절할 수 있다. 이때는 아미그달린과 그의 분해 효소도 분해되므로 유해 성분의 손실도 있게 된다.
현 시점에서 행인의 가공 법제는 다음과 같이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먼저 행인을 따뜻한 물에 넣고 속껍질이 불어나면 그것을 벗기고 햇볕에 잘 말린다. 이것을 잘 보관하였다가 그대로 쓴다. 오랫동안 보관하려면 속껍질을 벗긴 약재를 가열된 가마에 넣고 덖는다. 약재가 노르스름하게 될 때 꺼내어 식힌 다음 밀봉 포장하여 보관한다.
■ 최영섭 | 한마음약업사
1. 이 글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전통의학을 소개하고자 쓴 글입니다. 또한 전통의학을 스스로 익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라는 뜻에서 처방과 치료법을 공개하였습니다. 처방과 치료법을 이용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 의사에 따르며, 치료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병력 차이로 인한 효과 또는 신상 변화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2. 대한전통의학회 회원에 가입하시면 매월 3째주 토요일에 실시되는 전통의학 학술 세미나에 초대됩니다. 또한 모임을 통해 회원 간 친목 도모 및 전통의학에 대한 토론에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 가입비는 없으며 세미나에 참석시 참가비는 2만원입니다. 회원 가입 및 비방 · 비술 발표 세미나 참가를 원하시면 연구소로 전화(02-888-7780) 주시기 바랍니다.
3. 동양자연의학연구소의 허락없이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편집하여 사용하거나 인쇄물을 만들면 저작권법에 의해 처벌받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