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57세의 모 회사 중역이 어지럼증으로 찾아왔다. 그보다 5년 전에는 왼쪽 안면이 마비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도 약간 안면을 씰룩거리는 증상이 있었다. 혈압은 200에 육박한다고 한다. 안색을 보니 탁했다. 이런 예로 볼 때 체내에 탁혈(濁血)과 독혈(毒血)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어지럼증은 2개월 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집무하던 중에 후두부가 전기에 감전된 듯한 찌릿한 느낌이 들면서 구토증이 30분간 계속되었다고 한다. 동시에 어지럼증이 심해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급히 양방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여러 기계적인 검사를 받은 결과 메니에르병이라고 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어지럼증이 없지만, 왼쪽으로 돌리면 어지럼증이 심했다. 구토증도 계속됐다. 양방 병원에 입원하여 여러 가지 처치를 받았지만, 전혀 차도가 없었다.

이 환자의 경우는 육류와 하학 가공식품 등으로 인한 탁혈과 독혈로 생긴 문제이니 양방의 인공 화학적인 처치로는 피를 맑게 할 방법이 없으니 차도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맥을 짚어 보니 강한 현맥(弦脈)이고, 혈압은 195~100이었다. 양쪽 옆구리 복근(腹筋)은 긴장되어 있는 등 흉협고만(胸脇苦滿)이었다.

어지럼증은 증상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멀쩡한 사람이 앉았다가 일어날 때 핑하고 어지러우면 빈혈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기립성 현기증은 주로 뇌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이 감소하여 나타난다.

그런데 낮이고 밤이고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 이상 어지럼증이 생긴다면 빈혈이 아니라 ‘현훈증(眩暈症)’이라고 봐야 한다.

현(眩)은 눈앞이 아찔해지는 자각 증상을 가리키고, 훈(暈)은 머리가 빙빙 돌아가는 듯하는 자각 증상을 가리킨다. 이렇게 현훈이 있으면 몸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고, 메스껍거나 토하는 등의 증상이 수반된다.

현훈증은 다시 회전성과 비회전성으로 나눌 수 있다. 현훈증이 회전성이냐 비회전성이냐를 따지는 것은 그 원인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회전성인 경우는 일종의 중풍인 뇌간 장애, 머리나 목을 다쳐서 나타나는 외상 후유증, 우울증과 공포증 같은 정신신경과적 질환, 갱년기증후군, 자율신경실조증 등에 의해 생긴다.

반면 회전성인 경우는 일종의 평형기능의 장애에 의해 나타난다. 따라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기도 어렵고 외출 시에는 차를 탈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서양의학의 개념으로 메니에르병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정 | 동서의학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