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凍傷)이란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어 피부 조직이 손상된 것을 말한다. 피부 온도가 섭씨 14도 정도가 되면 공급되는 피의 양이 평상시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고, 섭씨 10도가 되면 피가 거의 공급되지 않는다. 이때 혈관의 확장과 수축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면서 피부의 괴사를 막으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가장 차가운 피부 부위부터 혈액의 공급이 차단되면서 동상이 생긴다.

체질 허약자, 냉적(冷積)인 사람, 혹은 어혈이 있어서 말초혈관에 혈행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동상에 걸리면 환부가 아물지 않거나 괴사될 가능성이 크므로 조심해야 한다.

동상이 발생하는 부위는 90퍼센트가 손과 발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심장 및 내장기관으로 피가 몰리고, 피부와 가까운 말초혈관들이 수축하여 혈액순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머지 10퍼센트는 얼굴에서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귀와 코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높다.

동상을 입으면 처음에는 환부에 심하게 가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다 냉독(冷毒)이 지속되면 환부가 짓무르게 된다. 일반적으로 언 정도에 따라 4도로 나눈다. 제1도는 가려움증과 함께 언 자리가 벌게지고, 부으며, 쓰리고, 아프다가 감각이 둔해진다.

치료 후에는 흔적이 남지 않는다. 이를 홍반성(紅斑性) 동상이라고 부른다. 제2도는 언 자리에 물집이 생기고, 그 속에 불그스레한 물이 찬다. 그러다 며칠 뒤에 언 자리가 곪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치료 후에 흔적이 남는다. 이를 수포성 동상이라고 한다.

제3도는 언 자리가 괴사된다. 괴사가 심해지면 피부색이 자청색(紫靑色)으로 변하면서 감각이 없어진다. 제4도는 살뿐만 아니라, 뼈까지 상한다. 온몸에 동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몸에 피가 잘 통하지 않으므로 빈혈과 심장쇠약, 심장마비 등이 올 수 있다. 상태가 악화되면 해당 부위가 괴사되고, 괴사가 심해지면 패혈증으로 인해 해당 부위를 절단해야 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이를 화농성 동상이라고 한다.

동상을 입었을 때 가벼운 경우에는 몸을 녹이고, 언 자리를 가볍게 비벼 주는 것이 좋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얼었을 때는 미지근한 물이나 비눗물에 담갔다가 점차 섭씨 37~38도 정도 되는 물에 담그고 깨끗한 천이나 솜으로 비벼 주면 좋다.

또한 손발이 얼었을 때는 콩 자루나 콩비지에 손발을 넣으면 냉독(冷毒)이 빠진다. 이때 갑자기 뜨거운 물이나, 방에서 몸을 녹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인체 내부의 냉독을 풀어주는 방법으로는 ‘계지생강차’가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이다. 방법은 계지와 생강을 같은 비율로 넣고 달여서 수시로 마시면 된다. 계지와 생강 모두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마시면 속의 냉독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마실 때 기호에 따라 꿀을 적당히 가미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와 함께 배에 온열 찜질을 하면 더욱 큰 효과가 있다. 방법은 자연 원석이나 천일염, 또는 물을 섭씨 40도로 데워 배꼽을 중심으로 찜질을 하면 된다.

외치법으로는 먼저 가지를 끓인 다음, 그 물을 섭씨 30도 정도로 맞추어 환부를 30분간 담그면 된다. 담그고 있는 중에 물이 식으면 뜨거운 물을 부어 온도를 맞추도록 한다. 이렇게 가지 달인 물에 담근 후에는 토란 찜질을 한다.

방법은 먼저 토란을 구워 익으면 껍질을 벗긴다. 그러고 나서 마(麻)를 강판에 갈아서 토란과 함께 짓찧어 환부에 붙인다. 그리고 붕대를 감아 하루 두었다가 이튿날 떼어낸다. 경미한 동상의 경우에는 하루 만에 완치되고, 환부가 괴사된 경우에는 서너 차례 붙이길 반복하면 완치된다. 마는 자연산을 쓰는 게 효과가 있다.

이정 | 동서의학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