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막염은 폐를 감싸고 있는 얇은 막 형태의 늑막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늑막은 두 겹으로 되어 있어 호흡을 할 때 부드럽게 서로 미끄러져야 한다. 그런데 염증이 생기면 늑막끼리 마찰을 일으켜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칼로 찌르는 듯이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호흡곤란을 겪게 된다.

늑막염은 삼출액과 농양(膿瘍) 유무에 따라 습성(濕性)과 건성(乾性), 화농성(化膿性),으로 나뉜다. 습성은 염증과 함께 늑막강(肋膜腔) 안에 삼출액이 고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분비물이 늑막강 안에 고여서 흉수(胸水)가 된다.

일반적으로 폐에 물이 찼다고 하는 게 습성 늑막염이다. 타진(打診)하면 탁음(濁音)이 들리는데, 갈비뼈 아래를 두드릴수록 탁음이 심하다. 늑막강에 대량의 물이 차면 청진기로도 호흡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대개의 늑막염이 흉통과 호흡곤란을 수반하지만, 습성 늑막염은 통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다. 늑막에는 신경이 있으므로 염증이 발생하면 호흡할 때 당연히 통증을 느끼게 되지만, 삼출액이 증가하면 신경 자극이 완화되어 통증이 가라앉기도 한다. 그릇된 처치로 병이 악화되면 호흡곤란과 흉통이 극심해지고, 마른 해수가 생긴다. 옆으로 누우려고 하면 통증이 쏟아지는 느낌이어서 대경실색하기도 한다.

건성은 염증성 분비물이 없고, 늑막이 두꺼워진 상태다. 늑막의 유연성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숨을 깊이 들이쉴 때 좌우 양편의 옆구리에 칼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발생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더욱 심해진다. 발작이 심할 때는 살짝 만지기만 해도 통증을 느낀다. 대개 폐결핵으로 인해 나타나며, 진액이 고갈되어 몸이 왜소해진다.

화농성 늑막염은 한사(寒邪)가 침입하여 발병한 것이다. 건성이나 습성에 비해 병이 위중한 상태다. 고열이 나며, 말기에는 폐를 통해 입으로 대량의 농혈(膿血)을 토한다. 자칫하면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치료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늑막염의 주요 증상은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기침 등이다. 초기 증상은 독감에 걸린 경우와 흡사하다, 열이 나면서 기침과 식욕 부진, 두통, 오한(惡寒), 전신 권태감, 식은땀 등을 수반한다. 특히 습성 늑막염의 경우 흉수가 많이 고여 있으면 흉부 압박과 함께 폐나 심장을 압박하게 된다. 그 결과 흉통, 기침, 가래, 호흡곤란, 심계항진(心悸亢進)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늑막염은 환자의 체질과 전체적인 증상, 그리고 음양(陰陽)을 가려 변증(辨證)을 해서 치료해야 한다. 임상에서는 지독한 감기로 인한 풍한협통(風寒脇痛), 삼출성(渗出性)에 의한 담음협통(痰飮脇痛), 간 질환으로 인한 간화상염(肝火上炎), 심한 정신적 압박감으로 인한 기울협통(氣鬱脇痛), 타박으로 인한 어혈협통(瘀血脇痛)으로 구분하여 치료하고 있다.

늑막염은 육음(六淫)과 사기(邪氣) 등에 의한 외감(外感)이나, 기울(氣鬱)·어혈(瘀血)·담음(痰飮)·식적(食積) 등에 의한 내상(內傷)으로 간경(肝經)과 담경(膽經)이 장애되어 생긴다. 또 옆구리를 지나간 심폐비신(心肺脾腎)의 낙맥이 어혈과 독소에 의해 장애되어 생긴다. 따라서 늑막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혈과 독소를 제거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늑막염은 치료에 있어 보일사이(補一瀉二)하여 원기와 혈(血)을 손실케 하지 않아야 한다. 즉, 농양은 빼내되, 몸을 보하여 농양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재생에 필요한 유효 성분을 공급해야 한다. 늑막염을 치료한 필자의 경험은 다음과 같다.

이정 | 동서의학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