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소개되었던 상악동낭종(上顎洞囊腫) 환자가 완치된 후, 얼마 있다가 자신의 아들이 만성중이염으로 고생하고 있다면서 데리고 왔다. 당시 아이 나이가 4살이었다. 중이염으로 1년 전부터 양방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한 번 나았다가 다시 농이 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몸이 뚱뚱한 편으로 식사도 왕성하게 한다고 한다. 오른쪽 귀에서 황색 농즙이 흐르는데, 냄새는 나지 않았다. 때때로 이통(耳痛)이 있다고 한다.

중이염은 귀 안에 염증이 생긴 질병이다. 귀는 외이, 내이, 중이로 구분되어 있다. 외이는 귓바퀴를 포함해서 고막까지의 공간이고, 중이는 고막 안쪽 공간, 내이는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이 있는 곳이다. 중이염은 바로 고막 안쪽 공간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것을 말한다.

중이염이 있으면 귀 안이 아프고, 귀에서 소리가 난다. 또 고열과 함께 머리가 아프고, 입맛이 없으며, 고막이 벌겋게 붓는다. 터지면 고름이 나오고, 통증이 덜어진다. 중이염을 제때에 올바로 치료하지 못하고 그릇된 처치로 화학 독소가 가중되면, 고막이 터진 부위로부터 고름이 계속 흘러나온다. 또 고막 천공이나 난청과 이명과 같은 후유증이 생겨 일생 고생하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중이염으로 진료 받은 사람의 수가 2014년 160만7천835명, 2015년 156만3천955명, 2016년 165만211명, 2017년 159만8천205명, 2018년 156만178명이다. 매년 150만 명 내외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중이염을 앓고 있는 셈이다. 주된 발병 층은 10세 이하의 어린아이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흔히 중이염은 귀에 세균이 들어가서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귀와 코는 이관(耳管)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코를 통해 들어간 탁한 습(濕)이 중이에 고여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물놀이를 한 후에 중이염이 생기는 것도 입이나 코로 불결한 물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중이염의 원인은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이 있다. 외적 요인은 귀를 심하게 다친 경우, 코를 세게 풀어 고막이 손상된 경우, 귀에 물이 들어간 경우다. 내적 요인은 감기나 인후염, 비염 등으로 인해 귀에 습열(濕熱)이 쌓인 경우다. 또 간담에 화(火)가 쌓여 기혈 순환이 되지 않는 경우나, 비위가 허하여 습이 뭉친 경우다. 또한 신장이 허약해지면 귀에 차 있는 습이 제대로 배설되지 않아 고이면서 중이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정 | 동서의학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