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전통의학에서는 여성들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자궁출혈을 붕루(崩漏)라고 그 명칭과 개념을 명확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병인(病因)에 따라 여러 갈래로 변증(辨證)해 근본적으로 치료함으로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서양의학은 자궁출혈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그동안 수많은 임상에서 경험하고 치료한 자궁출혈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자궁내막(子宮內膜)에 생긴 만성 염증에 의한 출혈과 또 다른 하나는 붕루에 의한 출혈이다.

자궁출혈의 원인별 증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궁 내막의 염증에 의한 경우에는 수시로 출혈은 하되 소량이다. 또 색이 암적색(暗赤色)을 띠고, 숙혈상(宿血狀)을 보인다. 그리고 항상 청백색(靑白色)의 대하가 나온다. 심하면 대하에 농(膿)이 섞여 나오고, 악취(惡臭)와 함께 대하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양척맥(兩尺脈)이 부(浮)하고, 자궁부에 약한 통증이 나타난다. 촉진(觸診)을 하면 다대수가 난소(卵巢) 종통(腫痛)으로 감지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아울러 대하가 계속되고, 월경통·요통·두통·소화불량·음부소양(陰部騷痒)·월경부조 등이 동시에 나타난다.

또 다른 하나인 붕루는 가끔씩 출혈이 되는 반면, 쏟아지면 한꺼번에 많은 양이 나온다. 또 피가 선홍색(鮮紅色)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얼핏 내막염증과 비슷하지만,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 이유는 붕류가 임충맥(任衝脈)의 심한 손상이나, 비(脾)와 간장(肝臟)의 기능 장애로 생기기 때문이다. 맥(脈)을 보면 약하면서 허(虛)하다. 갑자기 출혈이 시작되면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요통(腰痛)과 하복통(下服桶), 빈혈, 현훈(眩暈) 등이 동시에 나타난다. 다량의 출혈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빈혈로 인해 얼굴이 창백해지고, 사지(四肢)가 냉감(冷感)해진다.

9년 전으로 기억한다. 30대 중반의 젊은 부인이 내원했다. 하복부를 움켜쥐고 남편의 부축을 받고 들어섰다. 혈색이 창백하고,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자궁출혈이 3달 이상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고 했다. 또 두통과 하복통, 어지럼증이 있다고 했다. 정확한 병증을 확인하기 위해 촉진을 한 결과 어혈(瘀血)과 기허로 인한 자궁내막의 염증과 붕루를 겸하는 복합적인 증상으로 판단됐다.

이정 | 동서의학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