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반드시 풍우(風雨)가 순조로워야 잘 자랄 수 있다. 만약 비가 너무 많이 내리거나, 오랫동안 메마르게 되면 생기에 지장을 가져오게 된다.

심지어는 메말라 시들어지게 된다. 인체의 기능도 이와 같다. 만약 신수(腎水)가 과다하게 된다면 진양(眞陽)이 생겨나기 어렵게 되고, 명문(命門)에 화(火)가 없어 성기 단소(短小)의 증상을 초래한다.

반대로 신수가 부족하면 허화(虛火)를 제압할 수 없게 되고, 허화가 너무 커지게 됨에 따라 정관이 견고하지 못해 반드시 조루의 증세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수와 신화(腎火)는 반드시 평형을 이루어야 수화상제(水火相制)할 수 있고, 성기능도 건장해지며, 호르몬의 분비 역시 왕성하게 된다.

사실 신(腎)을 보호하는 방법이란 신장의 각부 기능을 정상적으로 조정하여 본래의 활력을 회복토록 하는 것이다. 이때 신수와 신화의 균형이 더욱더 중요하다. 신수와 신화가 균형을 이루면 끊임없이 기름이 공급되면서 불이 꺼지지 않게 된다. 이것은 마치 자동차가 달리려면 기름이 공급되어야 하고, 자동차가 기름을 연소시키면서 질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래의 ‘자수장양단(滋水壯陽丹)’은 청나라의 어의원(御醫)(院)에서 매년 특별히 만드는 보약으로 내궁(內宮)에만 진상하여 황친제자(皇親帝者)만이 사용했다. 이 처방을 볼 것 같으면 자동차의 기름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신수를 풍부하게 보하는 약재가 돌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기름을 연소시키는 역할을 하는 신화를 보하고 양기를 튼튼하게 하는 약재가 들어 있다.

따라서 음양이 상제(相制)되고, 수화가 서로 조화를 이루니 자연히 정을 낳고, 몸을 보호하는 오묘함을 얻게 된다. 그 결과 밤마다 봄빛이 무르익게 되고, 삼궁육원(三宮六苑)의 그 많은 비빈들을 상대로 마음껏 향락을 해도 지치지 않고, 상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실로 ‘용호보신환(龍虎補腎丸)’(편집자 주 : 용호보신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처방은 2021년 6월호 참고 바랍니다.)과 자수장양단 두 가지 묘약의 덕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비약은 어의원에서 매년 한 번 만드는 것으로 황친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급하는데, 후에 청나라 말년에 이르러 팔국연군(八國聯軍)의 난리로 궁내의 중요한 비방이 대부분 흐트러져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데 필자의 지인이 경기도 광주에서 동()씨 성을 가진 중국 어린아이의 소아마비 중세를 고쳐 준 일이 있었다. 그러자 병을 앓은 어린아이의 부친이 ‘용호활력단(龍虎活力丹)’과 ‘자수장양단’,‘삼고장양단(三睾壯陽丹)’ 등 세 가지 어의원의 비방을 선물하기에 이르렀다.

동 선생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증조부가 청나라 말기에 어의원의 총관이었으나, 자신은 평소 의술을 모르기 때문에 그와 같은 비방을 가지고서도 응용할 줄 몰랐다고 한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리신 비방을 낭비하는 결과라서 특별히 지인에게 선물하여 아들의 병을 고쳐 준 은혜에 보답하고자 한다는 말씀이었다.

지인은 이와 같은 비방울 얻게 되자 그 방법에 따라 제련(製煉)하여 단약(丹藥)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성기능에 많은 결함 있는 남자들을 치료하여 장부의 기개를 회복시키고, 옛날의 위풍을 떨치도록 했다. 또 많은 파국에 몰린 가정을 바꾸어서 부부가 떠나가는 비극을 막기도 했다.

이는 의원이 된 자로서 실로 공이라 내세울 수 없는 것이고, 그저 의원이 부모의 마음을 가지고 천직에 임한다는 자세로 정성을 다했을 뿐이라 할 수 있다.

김정수 | 명지대 침구 교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