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향토명의와 전통의술을 발굴 취재한 지도 벌써 20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간 취재된 내용들을 잡지에 공개하자 뜻있는 회원과 독자들이 사무실에 찾아와 나름대로의 경험 비방을 제보해 주기도 하였다.

좋은 정보의 제보는 잡지가 지속적으로 발간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또 잡지가 지속적으로 발간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전통의술을 접하고 상호 간에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뜻 깊은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위급한 지경에 이른 환자에게는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다음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사는 서준규(68세) 회원이 제보해 준 늑막염 치료 경험방이다.

서준규 회원은 20여 년 전에 심한 늑막염으로 생명이 위급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양방 병원에서는 엑스-레이 촬영을 하더니 폐까지 물이 찼다며, 옆구리에 구멍을 뚫어 물을 빼내고 1년 정도 입원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병이 워낙 중해 회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서준규 회원은 양방의 인공 화학적인 방법으로 치료해 보았자 근본 치유도 되지 않을뿐더러 이래저래 몸만 더 망가진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치료 방법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의 아내가 어디에서 들었는지 인근 재래시장에 가서 '늑막초'라는 걸 사 가지고 왔다. '늑막초'는 마치 파뿌리처럼 생겼는데, 지푸라기에 묶여져 있었다.

아내의 말인 즉, 늑막염이 있는 사람이 '늑막초'를 달여 마시면 늑막에 고인 물을 심하게 토해 낸다고 한다. 그러고 나면 늑막염이 백발백중 낫는다고 한다. '늑막초'라는 이름도 늑막염에 백발백중의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서준규 회원은 아내의 말을 듣고 '늑막초' 달인 물을 한 사발 마셨는데, 맹물처럼 아무런 맛이 없었다. 또 마시고 나서도 속에서 아무런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맹물 한 사발 마시고 죽을 지경인 늑막염을 나을 거라고 잠시나마 기대했던 게 너무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어 "어디서 쓸 데 없는 소리를 듣고 와서 이 따위 것을 마시라고 했냐"며 아내를 나무랐다고 한다.

그런데 '늑막초'를 마시고 난 지 30분쯤 지났을 무렵, 속이 느글거리더니 항문까지 몽땅 뒤집힐 정도로 구토가 계속되며 노란 물을 토해 냈다고 한다. 그 물이 어디서 나오는지 세숫대야로 한 대야가 넘쳤다고 한다.

그렇게 서준규 회원은 한동안 심하게 토하고 나서 그대로 한숨 잤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숨쉬기가 한결 편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늑막초'를 다시 달여 오라고 하여 한 사발을 마셨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몸속에 있는 물을 몽땅 토해냈다고 한다.

그러자 이내 몸이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숨쉬기에도 지장이 없고, 옆구리에도 통증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양방 병원에 가서 다시 엑스-레이 촬영을 했는데, 담당 양의사가 사진을 보더니 무엇을 먹었기에 며칠 사이에 병이 감쪽같이 사라졌냐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서준규 회원은 그 후 2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늑막염이 재발되는 일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서준규 회원이 제보해 준 '늑막초'는 여로(?蘆)라는 약초의 뿌리이다.

여로에 대한 본초학사전의 설명을 보면, "성질이 차고, 유독(有毒)하며, 맛이 쓰고 맵다. 폐경(肺經), 위경(胃經), 간경(肝經)에 약성이 작용한다. 최토제(催吐劑)로서 체내에 있는 풍담(風痰)을 토해 내게 하는 작용이 강하다.

독성이 강렬하므로 내복(內服)하는 경우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통 0.1~0.5g 정도 달여서 내복하는데, 허약자나 임산부는 사용을 금한다"고 하였다.

서준규 회원이 제보해 준 '늑막초'를 이용한 늑막염 치료법은 우리 선조들이 생활 속의 경험과 지혜로 찾아낸 소중한 경험방으로 어느 의서에도 없는 내용이다.

일단은 그 효능에 대해 여러 가지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경험적 가치로 보아 늑막염은 물론, 폐수종과 복수 등에도 활용해 볼 만하다고 하겠다.

다만 독성이 강하므로 잘 건조된 여로 뿌리를 쌀뜨물에 하루 동안 담갔다가 말리기를 9번 반복하여 쓸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한번에 많은 양을 복용하기보다는 소량을 복용하면서 일정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서서히 복용량을 늘려갈 필요도 있다고 하겠다.

자료 제공┃민속의약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