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30퍼센트 정도가 빈혈 환자이고, 대부분 저개발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보고에 따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나라이건 성인 여성의 20퍼센트 이상과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의 8~64퍼센트, 또 임신부의 50퍼센트가 빈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빈혈로 진료 받은 사람의 수가 2015년 54만418명, 2016년 55만1천326명, 2017년53만2천793명, 2018년53만7천87명, 2019년 55만4천158명이다.

또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탈에 따르면 빈혈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1998년 339명, 2003년 283명, 2008년 304명, 2013년 431명, 2018년 567명이다. 적지 않은 사람이 빈혈에 시달리고 있고, 매일 1명 이상이 빈혈로 사망하고 있는 셈이다.

빈혈은 말 그대로 몸 안에 혈액이 부족한 상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혈액 중의 적혈구 수와 백혈구 용적이 정상 이하로 감소된 경우다. 특히 산소를 나르는 역할을 하는 적혈구 수가 부족한 상태를 의미한다.

빈혈이 있으면 인체 조직의 대사에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영양 결핍과 저산소증이 초래된다.

이로 인해 어지럼증과 두통, 피로감, 이명증, 가슴의 답답함, 수족냉증, 식욕부진, 집중력 저하, 불면증, 불안감 등이 나타난다.

또 얼굴과 입술 등 피부가 창백해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호흡이 곤란한 증상을 보인다. 심하면 하체에 힘이 없고, 경련이 발생한다. 또 신경이 예민해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기립성 빈혈은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나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가 ‘핑’ 도는 증상이다.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섰을 때 순간적으로 혈압이 떨어져 하체에 몰린 혈액이 심장과 뇌로 원활히 흐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빈혈은 증상들이 나타나기 전에 숨이 차는 증상부터 나타나는 반면, 기립성 빈혈은 앉았다가 일어나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설 때 증상이 나타난다.

빈혈의 원인으로는 먼저 영양결핍을 꼽을 수 있다. 즉, ‘피가 되고 살이 되니 잘 먹어야 한다’고 했듯이 못 먹으면 피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기 마련이다.

오늘날 빈민 국가에서 빈혈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이런 맥락이다. 또 예전에 우리가 ‘보릿고개’ 등 굶주림을 겪었던 시절에 많은 사람들이 빈혈에 시달린 것이나, 다이어트를 한다고 무리하게 식사를 하지 않는 여성이 빈혈로 쓰러지는 것이 이런 맥락이다.

또 하나 빈혈의 원인으로는 비자연적인 식품을 꼽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서구 식생활의 영향을 받아 육류와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식품을 비일비재하게 섭취하고 있다. 이렇게 비자연적인 식품을 섭취하면 배는 채웠으되, 올바른 영양은 부족하여 피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불순한 음식의 용해물과 화학 독소에 의해 피가 탁혈(濁血)과 독혈(毒血)로 오염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렇게 혈액이 탁혈과 독혈로 오염되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이런 사실은 하천이 생활하수와 산업폐수에 오염되면 용존 산소가 부족해져 강물에 사는 생명체들이 정상적으로 생명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혈액 역시 탁혈과 독혈로 오염되면 산소가 부족해지고,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도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성분인 산소와 포도당이 뇌와 장부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어지럼증, 두통, 호흡곤란, 가슴 두근거림, 무기력증, 피곤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빈혈의 원인으로는 화학 약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화학 항생제는 적혈구를 파괴함으로써 재생불량성빈혈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 화학 해열진통제는 피를 물처럼 묽게 만듦으로써 혈소판감소증과 백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당뇨 혈당강하제, 이뇨제, 혈관확장제, 고혈압 혈압강하제, 항부정맥제, 항우울제, 중추신경억제제 등 화학 약물도 혈압을 떨어뜨려 빈혈의 원인이 되고 있다.

보통 빈혈이 남성보다는 여성분들이 많은 반면, 기립성 빈혈은 주로 노인에게 많이 생기는 게 혈관확장제 등 전립선비대증 화학 약이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김석봉 | 동양자연의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