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열을 내리고 신음을 보하는 게 치료의 핵심

우리 눈은 탁구공만 한 크기로 동그랗게 생겼고, 그 속은 유리체(琉璃體)가 가득 채우고 있다. 유리체는 수정체와 망막 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무색투명한 젤리 모양의 조직이다.

수정체와 망막의 신경층을 단단하게 지지하여 안구를 정상적인 형태로 유지시키고, 빛을 통과시켜 망막에 물체의 상이 맺힐 수 있게 한다. 안구 용적의 60~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태어날 때 생성되어 일생 동안 교환되지 않는다. 성분의 90퍼센트가 물인데, 여기에 미세한 아교섬유(阿膠纖維)가 엉켜져 망을 형성하고 있어 점도가 젤라틴과 비슷하다.

유리체는 투명하게 유지되어야 사물을 명확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노화로 조직이 변질되거나, 화학 독소 등에 의해 유리체가 탁해지면 망막에 그림자가 드리워져서 마치 눈앞에 뭔가가 떠다니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 증상이 모기가 날아다니는 듯하다고 하여 비문증(飛蚊症)이라고 하기도 하고,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날파리증이라고도 한다.

비문증의 증상은 모기나 날파리가 날아다는 것처럼 보이는 것 이외에도 먼지 모양의 점이 떠다니거나, 까만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하거나, 여러 개의 실 또는 거미줄 모양이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은 한 개에서 여러 개가 보일 수도 있고, 모양이 변하기도 하며, 크기가 더 커지기도 한다. 시선의 방향을 따라다니면서 보이는 특성이 있는데, 때로는 눈을 감아도 나타나기도 한다. 맑은 하늘이나 하얀 벽, 하얀 종이를 배경으로 볼 때 더 잘 보인다.

그릇된 처치로 증상이 악화되면 날파리가 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면서 눈 속에 번갯불이 번쩍이는 증세가 생기거나, 눈앞에 커튼을 가린 것처럼 물체가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비문증의 발생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08~2012년 비문증 진료 자료에 따르면 비문증으로 치료 받은 환자 수가 2012년 17만2천84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11만3천30명에 비해 5년 사이에 52.2퍼센트 늘어난 수치다.

연령별로는 50대 환자의 비율이 전체의 31.5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31.퍼센트, 70대가 13.9퍼센트, 40대가 11.7퍼센트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20~30대 환자의 비율도 9.7퍼센트였고, 심지어는 20세 미만 환자도 2.2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은 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체 기관이다.

즉, 눈은 간이 주관하는 인체 조직이요, 간의 힘이 미치는 끝이다. 시력은 오장육부 중 간의 정기가 경맥을 통해 끊임없이 눈에 공급될 때 유지된다. 또한 눈은 간의 정혈(精血)을 정상적으로 받을 때 오색을 구별할 수 있다.

따라서 간이 피로하거나, 간열(肝熱)이 있다거나, 간의 기능이 저하되면 시력이 저하되거나, 비문증과 같은 안질환이 생기는 등 눈에도 이상이 나타나게 된다.

일례로 과음과 과로 등으로 간에 열이 차면 안압이 높아져 눈이 충혈되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또 신경과민 등으로 간기(肝氣)가 울결(鬱結)되면 눈을 감싸고 있는 신경과 혈관에도 기혈(氣血) 순환장애가 일어나 눈에 탁한 체액이 고이게 된다. 또 화학적으로 가공한 식품 등의 섭취로 간에 화학 독소가 차면 눈에도 독기(毒氣)가 차게 된다.

특히 유리체는 눈동자를 부드럽게 굴릴 수 있도록 기름 성분인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하고 있다. 그런데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식품과 화학 약, 육류 음식을 섭취하면 불포화지방산이 화학 독소와 포화지방에 의해 산화되어 과산화지질로 변화된다.

그리고 이 과산화지질이 유리체를 탁하게 산화시킴으로써 비문증을 초래하게 된다. 오늘날 비문증에 시달리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눈은 신장과도 관계가 있다. 즉, 신장은 수장부(水臟腑)로서 수생목(水生木)의 원리에 따라 목장부(木臟腑)인 간의 기능을 살려 주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신장의 기능이 약화되면 간 역시 기능이 약화되고, 이로 인해 눈에도 이상이 생기게 된다. 노화로 인해 신장의 기능이 약해진 경우 눈이 침침해지거나, 비문증 등이 나타나는 게 좋은 예이다.

이처럼 눈은 간과 신장의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눈에 이상이 있다면 눈만 가지고 씨름할 게 아니라 간과 신장, 그리고 기타 장부와도 밀접하게 연관지어 치료에 임해야 한다.

김석봉 | 동양자연의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