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혈액은 심장에서 동맥을 통해 몸 전체로 나갔다가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동맥은 지구의 중력이 작용하는 방향으로 혈액을 보내지만, 정맥은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면서 혈액을 심장 쪽으로 보내야 한다.

이렇게 정맥이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고 혈액을 심장 쪽으로 보낼 수 있는 것은 정맥 내부에 판막(瓣膜)이 있기 때문이다.

이 판막은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혈액이 다시 내려가지 못하도록 차단해 주면서 혈액이 심장 쪽으로 일정하게 흐르도록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판막이 손상되면 심장으로 가는 혈액이 역류하여 올라오는 혈액과 만나면서 소용돌이를 일으키게 되고, 그 압력으로 혈관이 꽈배기나 혹처럼 부풀어 오르게 된다. 이것을 정맥류(靜脈瘤)라 한다.

정맥류는 모든 정맥에서 발생할 수 있다.

위장의 정맥에서 발생하는 위정맥류, 식도 정맥에서 발생하는 식도정맥류, 하복부의 정맥에서 발생하는 하복부정맥류, 팔뚝의 정맥에서 발생하는 팔정맥류, 고환의 정맥에서 발생하는 고환정맥류, 하지(下肢)와 발의 정맥에서 발생하는 하지정맥류(下肢靜脈瘤) 등 다양하다. 치질을 유발하는 항문의 치핵(痔核) 역시 항문의 정맥총(靜脈叢)이 부풀어 오른 정맥류이다.

이 중에서 외적(外的)으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하지정맥류이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지정맥류 발병률은 10~30퍼센트라고 한다. 통계마다 발병률이 차이가 있으나,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의 10명 중 1명이 정맥류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증가하여 65세의 연령층에서는 절반 이상이 정맥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서 정맥류가 나타나는 것은 육류 음식과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 등 서구식의 비자연적인 식생활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즉, 육류 음식은 본래 사람에게 주어진 먹을거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인체의 소화기관이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 결과 불순한 음식의 용해물과 동물성 지방에 의해 피가 탁혈(濁血)로 오염되기 마련이다.

또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면 체내에 화학 독소가 축적되어 피가 독혈(毒血)로 오염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렇게 피가 탁혈과 독혈로 오염되면 혈관 내에 혈전(血栓)과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탄력성을 잃게 된다.

그 결과 정맥과 동맥의 흐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것은 물론, 정맥의 판막이 손상되어 정맥류가 발생하게 된다.

정맥류는 정맥에 흐르는 일부의 피가 역류한 것이기에 처음에는 별다른 자각증상이 동반되지 않는다. 하지만 피를 탁하게 하는 그릇된 생활이 지속되면 정체되는 정맥혈의 양이 많아지면서 혈관이 늘어나 주변의 근육과 신경 등이 압박을 받게 된다. 또한 혈관과 주위의 조직이 괴사되고, 전체적인 혈류장애로 이어져 생명이 위험하게 된다.

일례로 하지정맥류의 경우 초기엔 별 자각증상 없이 실핏줄이 거미줄처럼 드러난다. 그러다 피가 탁해지는 게 점점 심해지면 정맥이 지렁이나 꽈리처럼 울퉁불퉁 드러나는 한편, 다리가 붓고 저리는 등 다양한 자각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 다리에 쥐가 자주 나고,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아가 증상이 더 심해지면 다리가 터질 것 같은 심한 통증과 함께 점차 혈관과 주위의 조직이 괴사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정맥류는 체내의 피가 탁혈과 독혈로 오염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인체의 신호이다. 이것을 무시하고 피가 탁혈과 독혈로 오염되는 생활을 반복한다든지, 그릇된 치료를 하여 피를 더욱 독혈로 오염시키면 혈전(血栓)으로 인해 심부전증이나 신부전증 등 더 큰 병으로 발전하여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따라서 정맥류는 물론, 더 큰 병을 막기 위해선 비자연적인 식생활을 금해야 한다. 또한 화학약이나 화학제품 등을 주의하여 피가 더 이상 독혈로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신 현미와 신선한 야채 위주로 자연식을 하여 피를 맑게 만들어야 한다.

다음은 하지정맥루 치료에 효과적인 '궁귀이출(芎歸二朮湯)'이다. 처방이 피를 보(補)하고 어혈을 없애는 약재 위주로 되어 있어 피를 맑게 하기에 충분하다.

처방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김석봉 | 동양자연의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