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향토명의를 발굴 취재하던 중 1991년 9월에 충남 부여의 황대석(취재 당시 81세, 1991년 8월에 타계) 옹을 취재한 적이 있다. 황 옹은 귀신같은 진맥을 통해 약을 잘 짓기로 명성이 높았다.

특히 불임증·자궁근종·냉대하증 등 부인과질환 치료에 능하였다. 불임을 해결해 준 예만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어 혹자는 황 옹을 현대판 '삼신 할매'라 부르기도 했다.

당시 황 옹의 가르침 중에서 부인과질환에 관련하여 기억이 남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하나는 오늘날 여성들이 병에 많이 시달리는 건 낙태와 제왕절개 수술로 자궁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정부가 산아 제한을 한다고 낙태 수술을 방치했는데, 그것이 양의사들에겐 돈벌이 수단이 됐을지 모르지만, 여성들의 몸은 절단 나 버렸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오늘날 여성들에게 불임과 유산(流産)이 많은 것은 아기의 집인 자궁이 지저분해지거나 냉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아이가 들어서지 못해 불임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설령 임신이 되었다 하더라도 태아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거나 숨을 쉬지 못해 유산이 된다고 한다.

유산이란 태아가 달이 차기 전에 죽어서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대개 임신 초기인 2~3개월 이전에 발생한다. 그 형태에 따라 유산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자연 유산과 인공적으로 낙태(落胎)시키는 인공 유산으로 나뉜다. 자연 유산이 계속해서 2번 반복되거나, 또는 총 3번 이상 발생하면 습관성 유산이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3년 5.35퍼센트이던 자연 유산율이 2005년에는 5.63퍼센트, 2006년에는 5.73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해가 갈수록 자연 유산이 늘고 있는 것은 화학 독소에 오염된 비자연적인 식생활의 영향이 크다. 즉, 오늘날 우리의 식생활 형태를 보면 화학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농산물은 화학 비료와 화학 농약으로 재배되고 있고, 가축과 양식 어류는 화학 항생제와 화학 성장호르몬제로 만든 사료로 사육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태아(胎芽)에게 화학 독소와 불순한 음식의 용해물이 공급됨으로써 죽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오늘날 자연 유산이 늘고 있는 것은 자궁이 냉하기 때문이다. 즉, 임신이 되고, 태아가 세포 분열을 하기 위해서는 자궁이 섭씨 36.5도의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어미닭의 체온으로 달걀을 품어 주어야 병아리가 부화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우리의 실상은 서구의 생활 방식에 젖어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허리를 꽉 조이는 옷을 입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 결과 하초(下焦)에 기혈순환이 정체됨으로써 자궁이 냉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다 빙과류 등 갖가지 냉한 음식을 먹음으로써 배를 냉하게 하는 일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예전의 우리 생활상을 보면 세끼 식사 때마다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 밥을 하였다. 따라서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자궁에 온열 찜질을 매일 하였다. 또한 치마를 허리에 조여 매지 않고 가슴에 매었다.

따라서 자궁이나 골반을 압박하는 일이 없었다. 이러니 자궁이 건강하고 골반이 유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대부분 임신과 출산을 하는 데 이상이 없었다.

이상과 같이 유산의 원인을 통찰해 볼 때 유산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화학 첨가제로 가공하거나 화학물질에 오염된 비자연적인 식생활을 금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자궁이 냉해지지 않도록 허리를 조이는 옷을 피하고, 빙과류 등 냉한 음식을 지나치게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배꼽을 중심으로 따뜻하게 온열 찜질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와 함께 '궁귀대보탕(芎歸)(大補湯)'을 복용하면 유산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김석봉 | 동양자연의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