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롬비아의과대학의 레인 박사는 "만병의 원인은 단 하나, 그것은 바로 변비"라고 하였다. 반면 어떤 서양 의학자는 감기를 만병의 원인으로 꼽기도 하고, 또 어떤 서양 의학자는 비만을 만병의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엄격히 말해 변비와 감기와 비만은 만병의 원인이 아니다. 그것은 만병의 시작일 뿐이다. 변비와 감기와 비만을 만병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극히 말초적 현상에만 집착한 소치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변비는 변이 그때그때 배설되지 못하고 장내에 쌓여 있는 현상이다. 장내에 노폐물이 정체되어 있으니 자연히 부패되어 갖가지 병들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감기는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져 한기(寒氣) 등 외부의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으니 자연히 갖가지 병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비만은 음식의 용해물이 대사되지 못하고 체내에 쌓인 현상이다. 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으면 썩는다는 말처럼 먹은 음식의 용해물이 체내에 쓰레기처럼 쌓여 있으니 피가 탁해지고 인체 기능이 저하되기 마련이다.

이런 만병의 시작을 놓고 만병의 원인이라고 말하거나 생각한다면 병을 해결할 수 없다. 만병을 해결하려면 진짜 원인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먹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잘 먹으면 생명력이 왕성하나 잘못 먹으면 생명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의 먹거리는 서구식의 구조 아래 본래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먹거리인 육류와 화학적으로 가공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가 판을 치고 있다. 이런 비자연적인 음식과 화학적으로 가공된 음식을 먹으면 생명력이 떨어져 외부의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감기증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또한 장내와 체내에 노폐물과 화학 독소가 쌓여 변비와 비만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육류가 사람에게 주어진 먹거리가 아니라는 점은 인류가 태생된 태초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인류가 오늘과 같은 비슷한 유형으로 진화된 것은 3백만 년 전쯤이라 한다. 태생된 태초를 생각한다면 칼이나 그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인간이 먹거리를 충당하는 생산 도구는 맨주먹과 맨발이었다고 하겠다.

그런데 인간은 호랑이나 사자처럼 날쌔게 달리지도 못하고, 고래나 상어처럼 유연하게 물을 헤엄치지도 못한다. 따라서 이런 인간의 신체 조건을 감안할 때 태초에 인간이 짐승이나 물고기를 잡아 먹거리로 삼는다는 것은 엄청나게 체력만 소모케 하는 비경제적인 생산 활동이라고 하겠다.

결국 인간은 땅에서 사는 삶의 조건과, 다섯 손가락을 자유로이 놀릴 수 있고 직립 보행을 하는 신체 구조의 특성을 살려 곡물을 훑어 먹으며, 풀과 풀뿌리를 캐 먹으며, 또 나무의 열매를 따 먹으며 굶주림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인체의 모든 소화 구조를 곡물과 채소와 과일의 탄수화물을 잘 소화시킬 수 있도록 진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본격적으로 도구와 불을 사용한 것이 5천 년 전쯤이니 결과적으로 태생 때부터 수백만 년 동안 모든 신체 구조를 곡물과 채소와 과일의 탄수화물을 잘 소화시켜 피도 만들고 살도 만들 수 있도록 진화시켰다고 하겠다. 이라 하겠다.

이런 점을 통찰해본다면 성분상 단백질인 육류는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체내에 노폐물로 쌓이기 마련이다. 그것은 마치 휘발유 자동차에 경우나 가스를 넣어주는 격이라 하겠다. 또 그것은 불완전하게 연소된 연료가 자동차의 엔진을 망가뜨리듯이 인체의 오장육부를 망가뜨리는 일이라 하겠다.

한편 육류는 곡물과 채소와 과일과는 달리 식이섬유가 없다. 식이섬유의 생리대사 과정의 역할은 대장을 자극하여 연동운동을 시킴으로써 용해된 음식의 찌꺼기를 원활히 배설되게 해주는 것이다. 때문에 식이섬유가 없는 육식을 하면 용해되고 남은 음식의 찌꺼기가 인체의 기다란 대장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장내에 쌓이게 된다.

결국 육식을 하면 체내와 장내에 노폐물이 쌓이게 되고, 이렇게 쌓인 노폐물은 점차 부패되어 피를 탁하게 만들고 인체 오장육부를 병들게 만든다. 이런 사실은 육식을 많이 한 사람 경우 피가 탁하고 장내가 지저분하다는 각종 검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썩는다는 뜻의 '腐'가 어떤 중심을 뜻하는 '府'와 고기를 뜻하는 '肉'이 합쳐진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즉 육식을 하면 오장육부가 썩는다는 뜻이다.

한편 화학적으로 가공한 음식의 문제는 화학물질 자체를 인체가 아예 소화시킬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즉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화학물질은 인체가 소화할 수 있는 자연물질이 아니다. 따라서 체내에 독소로 남아 피를 오염시키고 오장육부를 손상시키기 마련이다.

대장 역시 화학 독소로 인해 무력화되어 변을 제대로 배설시키지 못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런 사실은 공장에서 화학물질 산업폐수가 정화되지 않고 시냇물에 흘러들어오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는 상식하는 사람의 경우 장내와 체내에 노폐물이 쌓여 변비나 비만에 시달리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결국 만병의 원인은 변비와 감기와 비만이 아니라 할 수 있다. 진짜 원인은 비자연적인 음식과 화학적으로 가공되거나 오염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변비와 비만과 감기는 비자연적인 음식과 화학적인 음식을 섭취한 나머지 장내와 체내에 노폐물이 쌓여 나타난 현상이요, 인체의 면역력이 약화되어 나타난 현상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변비의 치료는 일단 청장초(淸腸草)와 같은 통변제(通便劑)로 장내에 변이 정체되는 걸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 일시적으로 생긴 변비는 변통(便通)만 시키면 되므로 청장초와 같은 통변제 하나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청장초로 통변을 시키고 육식이나 인스턴트식품을 금했음에도 또다시 변비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청장초로 통변을 시키는 한편, 인체의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체의 기능적인 문제의 하나는 인체의 오장육부가 무력해진 경우이다.

즉 오랜 기간 육식이나 화학적으로 가공한 음식을 섭취한 나머지 체내에 노폐물과 화학 독소 등이 쌓여 오장육부의 기능이 무력해진 경우이다. 그 결과 대변을 밀어내는 힘이 약화되어 장내에 대변이 며칠이건 정체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개 대변의 형태는 굵고 길게 형성되지 못하고 토끼똥처럼 동글동글 뭉치거나 마른 풀처럼 퍼석퍼석하게 부서진다.

이런 증상에는 강기탕(降氣湯)을 복용하여 기를 보충함으로써 변을 밀어내는 힘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강기탕은 기허로 인한 변비에 통용할 수 있으므로 임신부의 변비나 인체의 노화로 생기는 노인성 변비에도 일정한 효과가 있다.

변비를 일으키는 인체의 기능적인 문제의 또 하나는 기혈이 울체되어 삼초에 번열(煩熱)이 극심한 경우이다. 대개 지나친 정신적인 압박 등이 있을 때 발생한다. 이런 경우 대변의 형태는 똥이 탄다는 말 그대로 변이 숯처럼 검고 단단하다.

이런 증상에는 청화탕(淸火湯)으로 기혈의 울체를 풀고, 삼초의 번열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는 사하제(瀉下劑)를 써서 설사를 시키면 체내에 뭉친 열이 풀어지므로 청장초를 약간 많이 복용하는 것도 해결 방법이다.

김석봉 | 동양자연의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