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향토명의를 발굴 취재하며 전북 김제에 사는 정화연 옹을 취재한 적이 있다. 정 옹은 피부병, 화상,·버거씨병 등의 치료에 능한 명의로 이들 질환을 가전(家傳)되는 약으로 아무 흔적 없이 치료해내었다.

화상 역시 3도의 중증이라도 아무 흉터 없이 본래 피부 그대로 치료해내었다. 그 사실을 필자는 취재 과정에서 정 옹에게 화상 치료를 받은 여러 사람을 만나 확인할 수 있었다.

일례로 전북 전주시에 사는 조강철 씨는 목재소에서 일하다 시너통에 불이 붙어 터지는 바람에 허벅지에서 발목까지 양쪽 다리 전체에 3도의 중화상을 입었다. 살이 썩고 움직일 때마다 살이 터져 피가 흘러내렸다. 매일 쏟아 낸 피고름만 해도 한 대접 이상은 되었다.

전주에 있는 양방병원에 입원했는데, 치료한다고 매일 죽은 살을 한덩이씩 떼어 냈다. 살덩이를 떼어 낼 때의 고통은 마치 고문 받는 것과도 같았다. 고통이 너무 심하여 치료받을 때마다 병원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러 나중엔 비명소리만 듣고도 병원의 모든 사람이 그가 치료받고 있다는 걸 알 정도였다.

하지만 병은 그곳에서 3개월 치료하였음에도 전혀 호전될 기미가 없이 살이 계속 썩어 흘러내렸다. 냄새 또한 송장 썩는 것과 같은 냄새로 진동하였다. 결국 담당 양의사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다리를 절단하든지 아니면 서울의 양방병원에 가서 피부 이식 수술하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였다.

지초그때 마침 문병 온 사람이 정 옹을 귀띔해 주었다. 정 옹을 찾아가 환부를 보이니 정 옹은 나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정 옹의 약을 1주일 쓰니 피고름이 밖으로 밀려 나오면서 신기하게도 정상적인 살이 확연히 차오르는 게 눈으로도 보였다.

그걸 보니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결국 정 옹의 집에 1년 정도 기거하며 중증의 화상을 아무런 흔적 없이 치유하였다. 실제 필자가 확인한 바도 화상 당한 양 다리의 피부 색깔이나 피부결이 정상적인 피부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전북 군산시에 사는 최난희 씨는 식당에서 일하다 펄펄 끓는 물이 오른쪽 발에 쏟아져 심한 화상을 입었다. 1년 가까이 양방 병원에 다니고 처방해 준 화학 양약을 먹었으나 낫지 않았다.

환부를 소독한다고 일주일에 한 번꼴로 양방 병원에 가서 다리에 감았던 붕대를 풀 때마다 피부가 진물과 함께 붕대에 들러붙어 있어 살점이 뜯겨 나오고 생피가 흘러내렸다. 살이 뜯겨 나올 때의 고통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극심하여 비명이 절로 나왔다.

치료받고 집에 와서도 살이 뜯겨 나온 부위의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또 생피를 쏟은 나머지 오한과 몸살까지 심해 한동안 앓아누워야 했다. 치료의 통증이 극심하니 나중엔 치료받으러 갈 때가 되면 공포감부터 생겼다. 결국 화상보다 양방 치료 후 따르는 고통이 더 힘들어 양방 치료를 포기하였다.

그 후 주위 사람의 소개로 정 옹의 치료를 받았는데, 3일간 치료하더니 정 옹이 "이젠 그대로 있으면 다 나으니 더 이상 오지 말라"라고 했다. 1년 동안 낫지 않던 화상을 3일 치료하고 낫는다 하니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 뒤 정 옹의 말대로 말끔히 나았다.

3도의 중증 화상의 경우 양방으로 치료했다고 해도 대부분 보기 흉한 '떡살'이 되고, 치료 후에도 계속 피부가 갈라 터지거나 괴사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을 비추어 볼 때 아무 흉터 없이 본래의 매끈한 피부 그대로 화상을 치료해내는 정 옹의 의술은 대단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음은 정 옹의 화상 치료 방법에 기초하여 필자가 재구성한 사화탕(瀉火湯)과 생진고(生津膏)이다.

독자 제현(諸賢)의 많은 연구와 활용을 바란다. 참고로 치료함에 있어 식이요법으로 오이를 최대한 많이 상복하고 마른 황태를 푹 끓여 수시로 마시면 화독(火毒)을 푸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김석봉 | 동양자연의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