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질환 치료 전통 의술 명맥

필자는 민속의약비방과 향토명의 발굴을 위해 지난 15년간 전국을 돌면서 충북 영동 · 충북 황간 · 경남 산청 · 전남 함평 · 전북 부안에서 민간 의사가 전통 의술로 백내장 · 녹내장 · 결막염 · 각막염 · 약시 · 사시 등 안과 질환을 고치는 걸 보았다. 그리고 안과 질환으로 고생하던 여러 사람들이 나아서 가는 등 그 효과 또한 뛰어나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흔히 전통 의술하면 보약과 침구술을 떠올리게 되는 현실에서 눈병을 치료하는 의술이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 전통 의술의 새로운 면모라 할 수 있다.

특히 전남 함평의 박안현 할머니 의술은 풀줄기로 눈의 기혈에 맺힌 사혈을 뽑아내는 외치법, 자연약재를 가공하여 눈에 넣는 안약, 자연 약재로 만든 내복약 등 3박자를 정확히 갖추고 있었다.

더구나 이 의술은 수 대에 걸쳐 내려오고 있어 안과질환 치료에 대한 우리 전통의술의 역사가 깊다는 점과, 우리 선조들이 눈병 치료를 어떻게 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원형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안질환 치료의 핵심

아무튼 이들 민간 의사들이 시술하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눈동자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위와 아래의 눈꺼풀을 뒤집어 그곳에 맺힌 사혈을 긁어내 주는 것이었다.

그들의 지론은 눈의 모든 이상의 원인은 눈동자에 있는 게 아니고, 눈동자를 감싸고 있는 경맥(經脈)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경맥에 기혈이 정체되면 눈동자의 작동이 원활치 않게 되어 근시 · 원시 · 난시 등의 시력 약화가 나타나고, 나아가 기혈의 정체가 심해지면 그것이 사혈과 염증으로 변해 결막염 · 각막염 · 백내장 · 녹내장 등의 각종 안질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랑을 막고 있는 검부러기 걷어내듯이, 눈동자의 경맥을 담고 있는 눈꺼풀에서 사혈을 걷어내면 자연히 시신경작동과 혈행이 원활해져 눈의 이상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그들의 이론은 눈이 나쁜 사람이나 안과의사라면 경청해 볼 만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양방병원 등에서는 시력이 악화되거나 눈병이 났다고 하면 눈동자를 감싸고 있는 경맥의 기혈장애는 거들떠 보지 않고, 오로지 눈동자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고 있다.

안경을 쓴다든지, 눈동자를 깎는다든지, 안구 이식 수술을 한다든지, 호르몬제 안약을 넣는다든지 등, 눈동자에 국한하여 현상적인 대응만 하고 있다.

그런데 사진기만 보더라도 렌즈는 가만히 놔두고, 항상 조리개와 거리 조절 기능으로 빛의 양과 초점을 맞춰 사물을 파악하고 있다. 이런 사진기를 초점과 광도가 맞지 않는다 하여 렌즈를 깎아댄다면 영원히 사물 파악이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약화된 시력을 살리기 위해선 눈동자를 조정하는 기능을 살려야지 눈동자만 가지고 현상적 대응을 해서는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요, 나아가 시력은 점점 약화되어 갈 것이다.

또한 염증이 눈을 덮거나 안압이 높아진 안질환 역시 눈꺼풀에 뭉친 사혈을 제거하여 기혈순환을 원활히 하고 생리적 자정 능력을 키워 줘야지, 그렇지 않고 눈동자에서 염증을 제거하거나 호르몬제로 안압을 떨어뜨리는 일에만 집착해서는 근본 치유가 불가능할 것이다.

비록 염증이 눈을 덮고 있고 안압이 높다 해도 그것은 눈동자 자체에서 생긴 현상이 아나라 눈동자를 감싸고 있는 기혈선에 사혈이 뭉침으로써 파생적으로 생긴 현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눈의 이상은 눈동자의 문제가 아니라 눈동자를 감싸고 있는 경맥에 사혈이 뭉쳐 혈행장애를 일으킨 현상이고, 이를 원활케 하면 눈병이 자연히 치유될 수 있다는 이론은 그간 안과질환을 치료하면서 간과했던 점을 깨닫게 해주는 탁월한 혜안이라 할 수 있다.

안질환 치료 비방 청안탕

한편 눈은 간이 주관하는 인체 조직이요, 간의 힘이 미치는 끝이다. 시력은 오장육부 중 간의 정기가 경맥을 통해 끊임없이 눈에 공급될 때 유지된다. 또한 눈은 간의 정혈(精血)을 정상적으로 받을 때 오색을 간별할 수 있다.

따라서 간이 피로하거나 간열이 있다거나 간이 상하면 눈 역시 이상 현상을 보일 수 있다. 또 수생목(水生木)의 원리에 따라 목장부(木臟腑)인 간을 도와 주는 신장의 기가 부족할 경우에도 시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각종 안과 질환의 치료를 위해선 간과 신장의 허실을 살펴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약을 복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간 필자가 향토명의와 한의사로부터 채록한 안과 질환 치료의 각종 경험방 중에서 효과가 큰 통치방(通治方)을 꼽으라면 청안탕(淸眼湯)을 들 수 있다.

청안탕은 초룡담 · 구기자 · 산약 · 토사자 · 초결명 · 백질려 등 간과 신장을 보하는 효능을 지닌 30 가지 정도의 약재로 구성되어 있는데, 눈이 피로하고 침침해지는 증상 ·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 ·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시력이 점점 약화되는 증상 ·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 증상 · 눈이 건조해지고 열이 나는 증상 · 눈이 부시는 증상 · 눈물이 저절로 흐르는 증상 · 눈이 붓고 안압이 오르면서 통증이 심한 증상 · 눈이 까칠까칠한 증상 · 눈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증상 · 눈이 가려운 증상 등 제반 안질환에 두루 효과를 나타내는 명방이다. 이런 점은 처방약재의 효능을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다.

처방 약재의 약성

먼저 초룡담은 간담의 열을 없애는 효능이 커 눈이 벌겋게 되면서 붓고 아픈 데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 약재이다. 구기자는 보음과 간신을 보해주는 효능이 커 체내에 정수를 불러주며, 눈을 맑게 해주는 효과를 지닌 약재이다.

산약은 비위를 보하여 인체에 진액을 불려 주며, 폐와 신을 보하여 귀와 눈을 밝게 해 주는 효능을 지닌 약재이다. 또 토사자는 간과 신장을 보하고 정수를 불려주며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을 지닌 약재이다.

그리고 초결명은 간열을 내리고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을 지니고 있고, 백질려는 혈을 잘 돌게 하고 풍을 없애며 간의 기운을 잘 통하게 하여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을 지니고 있다.

증상별 약재 가미법

이밖에 청안탕은 증상에 따라 몇 가지 약재를 가미하면 더욱 큰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증상별 가미법을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예컨대 가슴에 열이 있어 답답하고 눈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면, 심경에 화독이 뭉치고 그 화독이 눈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럴 땐 청안탕에 황금 · 황백 · 생지황 · 길경 등을 가미한다.

생지황은 열을 내리고 혈열을 없애며, 진액을 불려주고 어혈을 흩어지게 하는 효능을 지니고 있다. 황백은 열을 내리고 습을 없애며, 독을 풀어 주는 효능을 지니고 있는 약재이다.

또 위가 차갑고 소화가 잘 안되면 기가 명치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청안탕에 계지 · 목향 · 창출 · 오약 등을 가미한다.

목향은 성질이 따뜻하고 기를 잘 돌게 하며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위의 기능을 좋게 하는 효능을 지닌 약재이다.

창출은 성질이 따뜻하고 비장을 든든하게 하며, 풍을 없애며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을 지니고 있다.

오약은 성질이 따뜻하고 기를 잘 돌게 하며 위를 덥혀 주고, 한사를 없애주는 효능을 지니고 있는 약재이다.

또 얼굴이 창백하고 피로가 심하며, 땀이 나면서 어지럽고 입맛이 떨어지며, 눈꺼풀이 아래로 처지는 경우는 기력이 쇠진하고 기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청안탕에 황기 · 오미자 · 육종용 · 파극천 등을 가미한다.

황기는 기를 보하고 식은 땀 나는 것 멈추게 하며, 혈허증을 없애주는 효능을 지닌 약재이다. 육종용은 신양을 보하고 정혈을 불려 주는 효능을 지닌 약재이고, 파극천은 신양을 보하고 뼈와 힘줄을 든든하게 하며 풍습을 없애 주는 효능을 지닌 약재이다.

청안수를 이용한 안구 세척법

한편 청안탕을 복용하면서 청안수를만들어 약솜에 찍어 눈 윗꺼풀과 아랫꺼풀을 살짝 들쳐 수시로 닦는안구 세척법을 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청안탕이 눈을 주관하는간을 보하는 방법이라면, 청안수를 이용한 안구 세척법은 눈을감싸고 있는 경혈을 마시지하여 눈의 기혈 소통을 원활히 하는 데 효과가 큰방법이다. 또한 이 방법은 앞서 언급한 안질환을 치료하는 민간 의사의방법과 동일하니 자가적으로 활용한다면 굳이 멀리까지 치료

받으러다니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물론 안질환을 치료하는 민간 의사는동침이나 풀줄기나 약솜을 이용하여 눈꺼풀 위아래 안쪽을 싹싹 긁어사혈을 시키는 강한 치료를 하는 점은 있지만, 청안수를 이용한 안구세척법은자가적으로 자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므로 자신의 노력만 있다면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마지막으로 눈의 이상은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럴 땐 근본 치유로 당뇨병을 치료하면서 청안탕을 보조약으로 복용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당뇨병 치료법에 대한 설명은 민속의약비방 당뇨병 항목을 참고하기 바란다.

자연식이요법

평소시력을 보호하는 데 유용한 식이 재료는 결명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눈은 간이 주관하는 인체 조직이다. 따라서 간이 피로하거나 간열이 있으면 눈이 상할 수 있다. 결명자는 이런간열을 식혀 눈을 밝게 해 주는 효능을 지니고 있다.

결명자를 프라이팬에 볶아물에 끓인 다음 식수처럼 수시로 마시면 눈의 피로도 풀고, 간장 기능도 강화할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결명자 두 되를 찧어서 가루 내어 8그램씩 식후에 쌀미음에 타서 먹기를 100일간 계속하면 밤에 촛불 없이도 사물을 볼 수 있다고하였다.

자연 식품의약을 이용한 식이요법

주식: 현미밥

부식: 각종 김치, 고추장, 조선간장, 깻잎 · 오이 등 각종 절임 음식, 재래 된장, 제철의 야채, 죽염, 된장국 또는 김치국또는 콩나물국, 된장국, 미역국.

후식: 제철의 과일, 매실식초 또는 감식초

약차: 결명자차, 감잎차

식수: 생수 또는 약수 하루 2리터 이상

금기사항

어패류를 포함한 일체의 육류 음식 · 우유 · 계란 · 인스턴트가공식품 · 패스트푸드 · 빙과류 · 인스턴트 가공 음료수 · 밀가루 음식(수입 밀가루 아닌 국산 밀은 상관 없음) · 빵 · 기름에 튀기거나 익힌 음식 · 식용유 · 백미(현미는아주 좋음) · 백설탕(흑설탕이나 황설탕은 치료에 아주 좋음) · 정제한흰소금(천일염이나 죽염은 치료에 아주 좋음) · 화학조미료 · 커피 · 술 · 담배 · 화학 양약 · 화학물질제품(화학 치약, 삼푸, 모기약 등) · 찬음식(냉장고에 보관했다가 꺼낸지 1시간이 되지 않은 음식도 포함) · 찬물 · 냉수욕 · 에어컨 냉방 · 찬 바람 · 부부 관계 · 부부 싸움 · 과로 · 스트레스.

김석봉 | 동양자연의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