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대한 동양의기록

<의심방(醫心方)>은 동양의 의학백과전서이다. 모두 30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 중 제28권에 해당하는 <방내편>은 성에 대한 동양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옥방비결> <천금방> <소녀경> 등에 나오는 성에 대한 담론을 수록하고 있다.

이 전적들은 2천여 년 전부터 동양에서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서, 한마디로 <방내편>은 성(性)에 대한 동양의 고전들을 망라한 기록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전적의 성에 대한 각가지 담론을 살펴보면 공통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성을 통한 보다 나은 인간의 행복과 건강이다. 그런 바탕 위에 이 책은, 성을 단순히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는 수단으로 보지 않고, 성을 이용하여 사람의 삶을 더욱 풍성하고 건강하게 꾸려 나갈 수 있는 방법을 하나하나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각가지 정력비방 역시, 그 내용은 단순한 성기능 강화가 아니라 건강 증진을 통한 근원적인 성적 능력의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즉 이 비방들은 모두 몸의 전체 기능을 강화하고 정력이 샘 솟는 근원을 튼튼하게 하여, 정력이 자연적으로 넘쳐 흐르도록 의도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정력은 현상적인 성적 능력이 아니라 체력과 내장기능의 힘이요, 나아가 활력과 생명력이라는 인식이 담겨져 있다. 성적 능력은 그 소산이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근본적인 성기능 강화는 도외시 한 채, 일시적인 흥분과 발기력 강화에만 주안점을 두고 있는 양방의 성기능 약과는 전혀 다른 양태이다. 불균형적인 성기능약이 결국에는 내면적으로 건강이 탕진되는 결과만을 초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점에서, <방내편>에 소개되어 있는 정력비방은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다.

정력보양주로서의 장생불로주

그런데 이 <방내편>의 정력비방들에는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몇 가지 약재들이 있다. 따라서 이들 약재는 사람의 정력을 강하게 해주기 위해 수천 년 동안 동양에서 애용해온 정력 비방의 요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 이들 약재는 현재도 한방에서 소위 원기를 돋우기 위한 보약을 지을 때 즐겨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 약재를 생활 속에서 상용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에서, 어느 것보다 정력증진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꼽으라면 그것은 약술이다. 지금이야 그 명맥이 퇴색했지만, 예전에 각 가정마다 고유의 비법에 따라 여러가지 정력주를 정성껏 만들어 애용했던 것도 그 효과가 탁월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력보양주 가운데 장생불로주는 정력주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장생불로주는 보통 '만능약'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전해 오는 이야기로는 장생불로주를 아침과 저녁에 작은 술잔으로 한 잔씩 한 달 이상 계속해서 마시면 정력 강화와 건강 증진에 뛰어난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항상 옆에 두고 식사 때마다 한 잔씩 마시면 말 그대로 늙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이 '장생불로주'는 토사자 · 육종용 · 구기자 등 20여 가지의 약재로 만들어지는데, 전래의 방법대로 재료의 분량을 정확히 해야 한다. 또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술에 찌고 햇볕에 말리는 과정을 정확히 하여 재료가 되는 약재의 약 성분이 충분히 우러 나오게 해야 한다.

장생불로주 만드는 법

처방재료의 약성

토사자는 전래하는 각종 정력비방에 '약방의 감초'처럼 쓰일 만큼 예전부터 으뜸가는 졍력제 중의 하나로 손꼽혀 왔다. 활력를 증진시키는 한편, 발기부전·유정 · 음위증 · 요통 · 불감증 치료에 특별한 효과가 있다.

<중약대사전>을 보면 간장과 신장기능을 보강하고, 정수를 불려주며, 성교 불능에 치료 효과가 높다고 쓰여 있다. 또한 허리와 무릎의 통증 치료에도 효과가 높다.

육종용은 생김새가 남성의 성기와 흡사한 약재이다. 모양 그대로 강정효 과가 크며, 정혈을 불려 주며, 신장을 강화하고 양기를 왕성케 하는 효력이 있다.

예로부터 기운이 상하기 쉬운 복날에 민어매운탕에 넣고 요리하여 보신 음식으로 즐길 만큼 정평이 있는 자양강장제이다. 신장의 양기가 허약해 생기는 발기부전 · 조루증 · 유정 · 음위증 · 불임증 · 여성 냉대하증 · 골연화증 ·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아픈 증상에 특효가 있다.

구기자는 보신 · 정력 증강 · 회춘 · 이뇨 · 건위에 효능이 있는 약이다. <본초강목>을 보면 신장을 자양하고, 폐를 자윤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예로부터 독신 남성은 구기자를 먹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액을 늘리고,양기를 북돋아 주는 효과가 크다.

간과 신장이 허하여 어지럽고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데·몸이 허약한 데·음위증 · 유정 · 허리가 시큰시큰 아픈 데 · 무릎에 맥이 없는 증상 등에도 치료 효과가 크다.

이상과 같이 '장생불로주'에 쓰이는 약재는 한결같이 신장을 보해 주고 쇠진한 기력을 회복시켜 주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정력을 증진시키기에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은 여러 의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도 합당하다.

장생뷸로주의 정력 강화 작용기전

동양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 생명의 근원은 정(精)이다. 그리고 이 정을 담고 있는 인체기관은 신장이다. 따라서 신장의 기운이 허약하면 정수가 마르고, 정력이 약화되며, 나아가 생명력이 쇠진해지게 된다. 결국 정력 강화와 생명력의 증진을 위한 1차적인 노력은 신장기능의 회복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점은 서양의학의 관점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먼저 남성이 발기되는 것에 대해 서양의학은 부신피질호르몬의 활발한 분비작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양의학은 부신피질호르몬이 인체 내에서 활력 증강 · 식욕촉진 · 만성 피로 회복 · 소염 · 해열 등의 작용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부신피질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으면 기력이 급격히 쇠약해진다든지, 관절염과 신경통이 생긴다든지, 부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든지, 얼굴에 열이 오른다든지 등 각종 갱년기 장애나 노화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 부신피질호르몬은 우리에게는 회춘 호르몬이라 하여 스테로이드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분비되는 기관이 바로 신장 위의 부신(副腎)이란 곳이다.

이렇듯 신장의 기운과 정력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한결같이 신장에 정수를 불려주는 약재들로 만들어진 '장생불로주'는 한 마디로 '자연산 스테로이드제'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재료가 되는 약재들은 법제법을 통해 독성은 제거되고, 대신 약성은 극강하게 증강되었기 때문에 그 효능은 더욱 크다고 하겠다. 그리고 술이란 독특한 형태로 빚어짐으로써 주정(酒精)의 힘이 더해졌기 때문에 전체적인 효능이 배가된 면도 있다.

술의 생리적 효능

참고로 술의 효능에 대한 <본초강목>의 설명을 보면, "술은 약기운을 도우며 유해한 요소를 억누르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소화기능을 강화하며 혈액을 좋게 한다"라고 하였다. 또한 중국의 한나라 시대에 왕망이 저술한 <식화지>에는 술은 백약(百藥)의 으뜸이라 하였고, 그리스의 의성 히포크라테스는 술은 약으로서 가장 맛이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예전부터 약을 지을 때 술을 이용하는 경우 많았던 것은 약성을 몸 속 깊숙이 전달시켜 약효를 빨리 나타내기 위한 목적도 있었고, 약이란 거부감 없이 친숙하게 즐기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여러 근거로 볼 때 '장생불로주'는 옆에 놓고 즐기면 정력 증가는 물론, 불로장생 효과를 얻기에 충분한 명약이라 하겠다. 대신 술은 선용하면 장수의 영약이 되나 과음하면 독이 된다는 옛말도 있듯이, 식사 때마다 한 잔씩 즐긴다면 그 효과는 얻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김석봉 | 동양자연의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