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집터를 잡을 때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남향을 첫손으로 꼽았다. 여기에 동쪽으로 좌청룡과 서쪽으로 우백호로 상징되는 산세가 감싸 주고, 앞에 안산(案山)과 조산(朝山)이 있으면 명당이라 했다. 산이 뒤에 있어서 겨울에 찬바람을 막아 줄 뿐만 아니라, 물이 집 앞으로 흐르므로 홍수 등 자연재해로부터 가족을 보호할 수 있다. 남향집은 겨울에도 햇볕이 집안 깊숙이까지 들어와서 추위를 막아 주고, 여름에는 처마머리에 머물러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전통적인 풍수지리를 기복 신앙으로 왜곡시키지 않고, 그 자치를 충분히 살려내는 것이 오늘을 사는 지혜다.
명당에 집을 지을 때도 산 밑으로 한 마리의 학이 마을을 보듬고 날아가는 형태로 자연과 어울리게 지었다. 전통 집들은 재료가 자연에서 얻는 나무, 흙, 돌이다. 따라서 계절에 따라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주는 기능이 뛰어나다. 흙으로 지은 집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집의 구조는 북부 지역에서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밀폐된 ㄷ자형으로 지었다. 반면 중부지방은 ㄴ자형, 남부지방은 개방형인 -자형으로 지었다. 가옥 형태는 다르지만,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하여 몸의 폐비간신(肺脾肝腎)의 기능을 살렸기 때문에 200년이 넘게 유지되면서도 쓰레기 하나 없이 온전히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전통 가옥은 단순히 주거 기능에만 국한되어 지은 것이 아니다. 처마와 용마루 선이 주는 아름다움과 자좌오향(子坐午向)의 배치,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 예술적인 탁월함도 가지고 있다. 절제되고 검소한 정신이 깃들어 있으면서 있는 듯 없는 듯 소박하여 미적 가치도 대단히 뛰어나다. 담 역시 높이 쌓거나 위협적으로 쌓는 일이 없다. 돌과 흙으로 나지막하게 쌓아서 시적 감수성과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한다. 담과 담 중간에 사립문을 만들어 드나드는 통로로 이용했지만, 늘 열어 놓고 살아서 단절보다는 통과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오늘날에는 아파트로 대표되는 서구식 집이 대부분이어서 집을 짓는 재료부터 자연과 동떨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콘크리트와 시멘트에서 분출되는 각종 독소와 발암물질로 인해 아토피피부염, 새집증후군, 암 등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또 외부와 막히고 차단된 구조라서 햇볕이 잘 들지 않고, 통풍도 힘들어서 음식이 잘 발효되지 않는다. 내구연한도 40~50년 정도에 불과해서 얼마 살지도 못하고 다시 지어야 한다. 건축물 폐자재를 처리하는 비용도 엄청나지만, 쓰레기로 인해 자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건강도 문제다. 30평 남짓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운동 부족은 필연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요즘의 아파트가 대부분 고층으로 지어져서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남자가 고층에서 생활하면 정자 수가 감소하게 되어 저능아 또는 미숙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다. 또 우울증이나 자폐증에 걸릴 위험도 높다. 사람은 땅의 기운을 받으면서 생활해야 하는데, 땅의 기운은 대략 나무 높이까지 미친다. 대강 아파트 3층 높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지금은 15~25층에 사는 가정이 너무나 많다. 아파트 5층을 기준으로 하여 그 위층에 사는 임산부가 아래층에 사는 임산부에 비해 유산할 확률이 2배나 높다고 하는 통계를 보면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층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전통 집은 생활 방식에서도 서구식의 가옥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통 집에서는 주로 바닥에 앉아서 생활하고, 누워서 잠자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소파에 앉고, 침대에서 자며,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 화장실에 가서도 앉아만 있으면 용변을 볼 수 있다. 이러다 보니 단전을 운동할 시간이 거의 없다. 돈을 내고 헬스클럽을 가도 팔이나 다리근육만 단련할 뿐, 단전을 운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방바닥에서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다 보면 단전에 힘이 생기게 된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런 행동이 상당한 운동량을 가져다줌으로써 건강을 유지해 준다.
■ 자료 제공┃한민족생활문화연구회
민족 의학은 수천 년을 건강하게 살아온 선조들의 경험과 지혜를 모은 것으로 생활이 곧 건강법이고 살림살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홍수처럼 밀려들어오는 서양 문화를 무분별하게 따르고 흉내 내는 후손들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민족 생활 의학을 연구한 고(故) 장두석 선생을 통해 우리가 계승해야 할 올바른 생활 의학을 알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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