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의 끝자락에 서 있는가 싶더니 어느덧 봄이다. 산모퉁이의 언 땅에도 따사로운 봄 햇살이 파고들고, 산과 들의 풀과 나무들은 서로 다투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그 너머엔 학교에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은 재잘거리고, 멀리 흐르는 강물은 봄 햇살을 받으며 유난히 반짝거린다. 산 넘고 물 넘고 진주 천 리 길을 가는 남녘에는 그렇게 화창한 봄이 사정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경상남도 진주에 사는 한홍배(韓洪培, 85세) 옹은 독특한 약방문으로 유명한 명의(名醫)이다. 한 옹은 40세 무렵부터 40여 년 동안 독특한 처방으로 주위에서 찾아온 난치병 환자들을 고쳐 주고 있다. 한 옹에게 주로 찾아오는 환자는 암, 중풍, 관절염, 척추디스크, 아토피 피부병, 축농증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다.

한 옹을 찾아간 날 마침 대구에서 온 50대 남성이 침을 맞고 있었다. 그는 목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침을 맞으러 왔다고 한다. 한 옹은 50대 남성의 목을 꾹꾹 눌러 촉진하더니 가장 아픈 부위에 침을 한 대 놓았다. 그러고 나서 10분쯤 있다가 침을 빼고 목을 돌려 보라고 하자 50대 남성은 목이 침 맞기 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돌아간다고 하였다.

또 경남 진주시에 사는 김문환(남, 63세) 씨는 중풍으로 2번 쓰라졌는데, 2번 모두 한 옹에게 침을 맞고 중풍마비를 나았다고 한다. 그가 처음 중풍으로 쓰러진 것은 5년 여 전으로 갑자기 왼쪽 반신에 힘이 없어지면서 넘어졌다고 한다. 당시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업고 한 옹에게 갔는데, 한 옹이 중완과 하완에 침을 1대씩 꽂았다고 한다. 그러자 이내 팔다리에 힘이 생기면서 그 자리에서 걸어 나왔다고 한다. 최근엔 오른쪽에 같은 증상이 생겼는데, 역시 한 옹에게 침을 한 번 맞고 나았다고 한다.

3년 전부터 한 옹의 집에 가끔 와 일을 돕고 있다는 진주시 신안동에 사는 천종남(여 56세) 씨는 그간 지켜 본 결과 관절신경통과 디스크 환자가 제일 많이 온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는 암 환자가 많이 오는데, 1년 전에 대구에서 온 60세 정도의 남자가 ‘할배’의 약을 먹고 갑상선암을 나았다며 찾아와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 자신은 10여 년 전 계단을 제대로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고생했는데, 3년 전에 ‘할배’의 약을 먹고 1년간 먹고 말끔히 나았다고 한다.

잠시 대화를 뒤로 하고 최근에 방문한 환자들의 기록을 살짝 보니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천안, 서산, 진주, 산청, 하동 등의 온 2백 여 명 주소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주소지로 보아 전국 각지에 명성이 퍼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 질환의 유형은 암과 관절염이 많아 그 방면에 나름대로의 임상 경험과 치료 효과가 더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한 옹은 암의 경우 1기나 2기 정도는 치료해 볼 수 있으나 3기가 넘으면 치료할 수 없다고 한다. 그간 다행히 일찍 찾아온 환자가 있어 수십 명 고쳐 주었고, 현재도 몇 명 치료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약재가 귀해 많은 사람을 치료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 옹의 처방은 어떤 것일까. 한 옹의 처방이 독특하다는 말을 들은 바 있어 궁금하여 물어 보았다. 이에 한 옹은 자신이 평생 지니고 연구했던 처방을 마음을 터놓고 공개하였다.

한 옹은 류머티즘 관절염의 경우 만병초(萬病草)를 주된 약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 만병초는 만병에 좋은 약이긴 하지만, 약으로 쓰려면 제독(除毒)하는 과정이 필요다고 한다. 이를 위해, 춘분 전에 만병초 이파리를 채취하여 그 자리에서 작두로 썰어 두었다가 말려야 한다고 한다.

한 옹은 이 관절염 약을 ‘만건환(萬健丸)’이란 이름을 붙여 놓았는데, 관절염뿐만 아니라 중풍 ․ 신경마비 ․ 신경통 ․ 대하증 ․ 축농증 ․ 소화 촉진 ․ 입맛 회복 등에도 좋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