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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膽)은 오행으로 양목(陽木)이고, 육경으로는 소양상화(少陽相火)다. <소문 영란비전론(靈蘭秘典論)>에는 “담자(膽者)는 중정지관(中正之官)이요 결단출언(決斷出焉)”이라고 했다. 경락 유주 시간이 자시(子時)에 배속되어 음양(陰陽) 표리(表裏) 한열(寒熱) 허실(虛實)을 균형 있게 조절하므로 중정지관이 된다. 즉, 담은 모든 장부와 경락은 물론, 기관에 이르기까지 인체를 치우침 없이 조절하는 장부다.
담경의 경락은 신자진수(申子辰水)로 신시(申時)는 인신(人身)의 후면(後面)인 방광경(膀胱經)이 되고, 진시(辰時)는 인신의 앞면으로 위경(胃經)이 되며, 자시(子時)는 신체 앞뒤의 중간으로 담경이 된다. 이 담경이 인신의 측면을 따라 전후좌우로 유주하면서 추작용(樞作用)을 한다. 따라서 담은 간담목(肝膽木)이면서도 태양과 양명의 중간에서 추작용을 하기 때문에 중앙 토(土)라고도 한다. 이렇게 한 장부에 세 가지 오행(五行) 작용이 있는 것은 오로지 담경이 유일하다. 그리하여 침구 임상에서 담경이 가장 많이 사용되면서 목과 허리의 육절통(六節痛)은 물론, 양어깨와 다리의 병들을 다스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상하 좌우 내외를 모두 조절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중풍의 7대 명혈들(백회 ㆍ 곡빈 ㆍ 견정 ㆍ 곡지 ㆍ 풍시 ㆍ 족삼리 ㆍ 현종)이 담경에 많은 것이다. 침구사의 비기(秘技)는 소양담경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담은 상징 동물이 호랑이로 산의 왕과 같다. 호랑이가 산을 호령하듯이 인신의 청정(淸淨)은 담낭이 담당한다. 호랑이가 썩은 고기는 절대 먹지 않듯이 담이 좋은 사람은 탁한 세상과 불의를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호랑이의 눈과 같이 소양상화의 기운으로 빛이 나며, 전신의 군기를 잡아 강력한 살기로 살균과 법도를 유지한다.
이런 점에서 소화에서부터 모든 기관과 관절 등의 결단은 장군지관(將軍之官)인 간과 함께 소양경에서 조화를 이룬다. 따라서 인체의 병을 치유하고 예방하는 데 소양경을 쓰면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 또 소양상화의 빛이 호랑이의 눈과 같으므로 야맹증에도 소양경을 자침하면 효과가 있다.
담은 소양상화로 소양의 표기(標氣)와 본기(本氣)인 상화로 표본이 같은 기운이므로 병의 양상은 종본(從本)하여 증세는 주로 열증으로 나타난다. 그리하여 흉협고만(胸脅敲滿)에 약으로는 소시호탕증이 된다. 침으로는 입음 혈과 외관으로 내부의 울화를 풀어주면 통증이 사라진다.
담경의 유주는 호랑이의 길과도 같이 미로처럼 복잡다단하고 알 수 없다. 미로처럼 머리를 두 번씩이나 앞뒤로 유주하면서 모든 걸 고려하여 사리판단을 정확히 내리는 게 담경이다. 뿐만 아니라 담경은 모든 걸 너그러이 풀어주는 기능을 한다. 호랑이는 배가 부르면 자신의 앞으로 지나가는 작은 동물도 장난삼아 잡지 않는다. 담 역시 대담하게 모든 걸 관용하고 풀어주는 기능을 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궐음(厥陰)의 욕심으로 인한 내인(內因)의 모든 병은 소양상화의 생화(生火)와 태양 열기와 같은 기운으로 베풀고 대담해야 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례로 뿔따구가 난 화는 담의 관용으로 용서해야 치료가 된다. 공교롭게도 동물들의 뿔이 나는 부위가 담경의 각손 혈이다.
소양(少陽)은 군화(君火)에서 나오는 기운이니 열정을 사랑으로 베푸는 경락이다. 상화(相火)의 기운으로 한겨울의 햇살과도 같으니 외관 혈이 외감(外感) 병의 대표 혈이 된다. 또한 상화는 인신의 자오군화(子午少陰君火)가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배설 작용의 기운이므로 현대인들에게 만병의 창고라고 하는 비만에도 소양경을 쓰면 탁월한 효과가 있다.
담경을 이용한 치료 사례를 소개하면, 한번은 40대의 미혼인 여자가 심한 우울증과 견비통으로 찾아온 적이 있다. 한 눈에 보기에 마른 체질의 예민한 성격으로 심신이 피곤해 보였다. 사전 절차 없이 즉시 족입음과 외관 혈에 자침하니 기분이 좋고, 어깨 통증도 사라졌다고 한다. 병이 오래되고 깊어지면 여러 병의원으로부터 시달림을 받기 마련이라 모든 것이 피곤해진다. 따라서 피곤하게 말할 필요가 없다.
즉시 치료부터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족임읍(足臨泣) 혈은 담경의 목혈(木穴)인데 그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사람이 서서 눈물을 흘릴 때 바로 임읍 혈에 눈물이 떨어진다. 심신의 아픔이 있어 눈물이 날 때 누구든지 대담하게 용서가 안 되거나 관용과 희생으로 사랑할 수 없다면, 임읍 혈로 치료하고 외관 혈로 내부의 화기(火氣)를 빗장처럼 열어 젖혀 잊어버리기를 바란다.
■ 김정구 | 동의학회 회장
1. 이 글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전통의학을 소개하고자 쓴 글입니다. 또한 전통의학을 스스로 익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라는 뜻에서 처방과 치료법을 공개하였습니다. 처방과 치료법을 이용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 의사에 따르며, 치료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병력 차이로 인한 효과 또는 신상 변화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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