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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은 육경(六 經)으로는 소음군화(少陰君火)이고, 오행(五行)으로는 수(水)에 해당한다. 따라서 수화기제(水火旣濟)로 조화를 잘 갖추고 있다. 신장에 대해『황제내경』의 <소문 영란비전론>은“작강지관(作强之 官)이며, 기교출언(技巧出焉)한다.”고 했 다. 또『육절장상론(六節臟象論)』에서는 “신자(腎者) 주칩봉장지본(主蟄封藏之本) 정지처야(精之處也) 기화재발(其華在發) 기충재골(其充在骨)”이라고 했다.
정신적 측면에서 신장은 공포와 인내의 성질을 갖고 있고, 오색(五色)으로는 검은색이 다. 맛으로는 짠맛이고 상징 동물은 쥐다.
서양의학에서는 두 개의 신 장 기능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 지만, 전통의학에서는 좌신(左 腎)과 우신(右腎)의 기능을 다르 게 본다. 좌신은 수(水)를 담당하 고, 우신은 화(火)를 담당한다.
신장이 방광과 함께 오행으로 수에 해당하는 것은 인신의 장부 위치상 맨 아래쪽에 있으면서 어두움과 물을 주관 하기 때문이다. 만물이 물에서 생하고, 어둠에서 시작된다. 신장은 소음이면서 생명은 뜨거워야 자랄 수 있으니 군화(君 火)는 필수다. 신장의 군화는 오행과 육 경이 모두 화(火)인 심장과 달리 수(水)와 화(火)로 조화를 이루어 전신의 생리적 기전에 절대적으로 기여를 한다. 특히 육 체적인 열과 신체 하부의 열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군화는 정신적으로는 열정이고, 사랑 이며, 기쁨이다. 생리적으로는 자오소음 군화(子午少陰君火)로 체온의 중심을 잡는 36.5도의 변 하지 않는 열을 나타낸 다. 그것이 소음군화를 근본으로 신장의 수(水) 와 화(火), 그리고 명문 상화(命門相火)의 포화 (布火)가 되어 방광경과 소장경의 태양 한수(太陽寒水)로 퍼져 전신에 진액을 공급한다. 이것을 민화(民火)의 작용이라고도 한다. 반면 상 화(相火)는 군화에서 전신으로 퍼져 가는 변화무쌍한 열이 된다. 소음군화(少陰君火)는 1년의 운기로 볼 때 10월에 해당한다. 가을이 지나가고 음 (陰)이 시작되는 겨울이 오는 시기이므로 소음이 된다. 소음이 군화가 되는 것은 운기적으로 겨울에는 천기가 춥고, 생물 은 열기를 가까이 하게 되는 계절이기 때 문이다. 따라서 소음군화가 되고, 인신 (人身)에서는 내부의 은밀한 신체 부위가 되어 극도의 민감한 생리적 경락이 된다. 소음경의 경락 분포는 인신의 가장 깊 은 곳에 유주된다. 어려서는 소음경이 대 개 간지러움을 유발시켜 방어 기전을 한 다. 즉, 간지러움은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방어 작용의 일종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 었을 때는 성적으로 쾌감을 일으키고 즐 거움을 주는 경락이 된다. 그렇게 함으로 서 생명을 탄생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따라서 불감증이 나 우울증 등에 족소음경을 치료하면 효 과가 있다. 특히 소음 체질의 냉감(冷感) 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오래 전에 스위스에서 음악 선생을 했 다는 50대 초반의 부인이 극도의 한기 (寒氣)로 고생한다며 내원했다. 한여름에 도 여름옷을 못 입고,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도 쐴 수 없을 만큼 한증이 심했다. 문진 결과 다른 곳은 정상이었지만, 인신의 냉감이 문제였다. 따라서 수소음심의 정신적인 문제보다는 인신의 생리적인 소음군화의 문제로 판단하고 족소음신경 의 경거와 복류 혈에 신장 정격(正格)으 로 자침(刺針)했다. 한 번 자침에 무릎까 지 시리던 냉감이 발목까지 내려갔다. 이 후 재차 신장 정격을 자침한 결과 발목에 서 발가락으로 내려갔다.
이처럼 족소음경은 인신의 열 가운데 에서도 육체적인 열을 담당한다. 특히 하 복부나 하체에 큰 효과가 있다. 또 공포 나 두려움 등의 부정적이고 음적(陰的)인 원인에 의한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데 탁 월한 효과가 있다. 따라서 고독병과 우울 증, 정신병,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무기 력, 원기 부족, 하지 무력 등의 치료에 쓰 면 좋다. 또한『상한론』의 소음증 단욕매 에 근거하여 불면증과 기면증 등도 다스 릴 수 있다.
병은 교과서대로 발생하지 않는다. 인 체는 물리적이지 않고 생리적이기 때문 이다. 따라서 의자(醫者)는 장부와 경맥 (經脈), 육경(六經)에 통달하여 기본에 충 실하되 임기응변으로 뜻을 얻어 변화무 쌍하게 침법을 구사해야 한다. 경전(經 典)에 이르기를 경혈을 잃되 그 경락을 벗어나지 말라고 했다. 혈위(穴位)는 약 간의 오차가 있어도 병에 적용되는 해당 경락의 이치를 정확하게 알아서 치료한 다면 침도(鍼道)의 반은 득(得)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김정구 | 동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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