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문둔갑(奇門遁甲)을 활용한 기문침법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문둔갑은 병법 술수에서 시작하여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의 수(數) 배열 원리와 이를 이용한 주역 건착도(乾鑿度) 구궁(九宮)의 이치로 추길피흉(追吉避凶)하는 술법이다. 달리 둔갑술(遁甲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동양의 술수학에서는 태을수(太乙數), 기문둔갑, 육임(六壬)을 3대 절학이라고 한다. 기문둔갑은 천문 ㆍ 지리 ㆍ 인사의 삼재(三才)를 종합하여 천재지변의 변화는 물론, 인간 운명의 길흉화복까지도 유추할 수 있는 정명학이다. 명리학이 인생 운명 위주의 시간적인 학문이라면, 기문둔갑법은 시간과 공간을 종합적으로 시공착종(時空錯綜)하는 학문이다.
기문둔갑은 역대 많은 천재들과 기인달사들이 천착(穿鑿)하여 수기문(數奇門)과 법기문(法奇門)으로 나뉘어 발전하면서 더욱 심오한 철학이 되었다. 구궁(九宮)으로 포국하는 기문둔갑법은 하도와 낙서 가운데 낙서(洛書)를 이용한다. 이것은 본래 음양오행설을 적용한 것으로 수의 배열은 음수와 양수로 되어 있고, 포진법(布陣法)은 동서남북 및 중앙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음양이 화합하고, 오행이 상생을 이루도록 만들어져 있다. 특히 법기문(法奇門)은 후대에 많은 이론이 나오면서 복잡한 은신술(隱身術)로 발전하기도 했다.
기문둔갑의 연원을 보면『고금도서집성(古今圖書集成)』에는 “한 군주가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을 때 우연히 꿈에서 천신(天神)으로부터 부결(符訣)을 받았고, 이를 풍후(風后)가 명을 받아 문자로 완성한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또 삼국시대에는 제갈공명이 병법에 응용하여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문둔갑의 뜻을 자세히 살펴보면 갑목(甲木)으로 대표되는 인간이 하늘의 천재지변이나 숙살지기인 경금(庚金)으로부터 피할 때, 팔방의 팔문(八門) 중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아 피해 가고자 하는 것이다. 즉, 둔갑의 둔자(遁字)는 숨을 둔으로 하늘의 재앙이나 적으로부터 인(人)인 갑목(甲木)이 어느 때 어느 곳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것인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기(奇)는 신령스런 삼기(三奇)를 뜻한다. 지구상에 가장 존귀한 존재는 해(=乙), 달(=丙), 별(=丁)이다. 을은 오행의 동방목(東方木)으로 해는 동쪽에서 떠오르기 때문에 을목(乙木)을 일기(日奇)라고 한다. 또 병은 달을 뜻하며, 달은 남쪽 하늘에서 가장 밝고 둥글게 빛이 나기 때문에 남방화(南方火)에 해당된다. 또한 정은 노인성에 해당하는 별을 뜻한다. 남쪽에서 별빛이 모두 밝게 보이는데, 이 노인성을 보면 무병장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삼기가 존귀한 것은 적을 내편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천재지면이나 적이 침략을 했을 때, 즉 살기가 강한 경금(庚金)이 우월할 때 존귀한 갑목(甲木)을 금극목(金克木)으로 친다. 그런데 삼기 중 을목(乙木)은 경금을(庚金乙) 을경합(乙庚合)으로 묶어 적을 내편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명리학의 사주에서도 을경(乙庚)은 부부지합(夫婦之合)이라고 하고, 명국 중에 을경이 동반되면 천생연분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경(庚)과 을(乙)이 합(合)이 되는 묘리는 『황제내경』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천상 28수(宿)의 소천지기(素天之氣), 경어항저묘필(經於亢氐昴畢), 오행 금기(金氣)는 천체 상에서 항저묘필 사성(四星)을 경과할 때 천체가 밝게 빛이 난다. 이런 원리에 입각하여 경과 을의 합이 십간에서 을경(乙庚)의 방위에 해당되는 을경화금(乙庚化金)이 된다. 병정화(丙丁火)는 숙살지기인 경금(庚金)을 화극금(火克金)으로 무력하게 한다. 즉, 적장을 단칼에 제압하는 것이다.
팔문(八門)은 구궁(九宮) 방위 중 자오묘유(子午卯酉) 동서남북과 간방(間方)의 건곤간손(乾坤艮巽)을 합친 팔방위를 말한다. 구궁 중 중궁(中宮)의 왕이 태평성대에는 곤방(坤方)으로 나가 팔도(八道)를 순시하나, 만약 위기에 처했을 때는 팔방위 중에서 어느 때 어느 방향으로 피신해야 가장 안전할 것인가를 알아내서 다음을 도모하는 자리다. 이 모든 이치를 학술로 결합시킨 이론이 바로 기문둔갑법이다. 기문둔갑법은 학술이 심오하나, 한번 배우면 치세와 경영은 물론 일반인들도 생활의 현명한 처세술로 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문둔갑법의 이치를 전통의학의 침술에 적용시켜 인간의 질병을 단번에 치료하는 것이 ‘기문침법’이다. 중국에는 흔적만 남아 있고, 일본에는 전파되지 않았다. 오직 한국에만 절세의 비술로 전해지고 있다.
■ 김정구 | 동의학회 회장
1. 이 글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전통의학을 소개하고자 쓴 글입니다. 또한 전통의학을 스스로 익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라는 뜻에서 처방과 치료법을 공개하였습니다. 처방과 치료법을 이용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 의사에 따르며, 치료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병력 차이로 인한 효과 또는 신상 변화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2. 대한전통의학회 회원에 가입하시면 매월 3째주 토요일에 실시되는 전통의학 학술 세미나에 초대됩니다. 또한 모임을 통해 회원 간 친목 도모 및 전통의학에 대한 토론에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 가입비는 없으며 세미나에 참석시 참가비는 2만원입니다. 회원 가입 및 비방 · 비술 발표 세미나 참가를 원하시면 연구소로 전화(02-888-7780) 주시기 바랍니다.
3. 동양자연의학연구소의 허락없이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편집하여 사용하거나 인쇄물을 만들면 저작권법에 의해 처벌받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