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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본(藁本)은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향기가 매우 강하다. 줄기가 60~80센티미터 정도로 자라는데, 그 밑동이 벼가 마른 것과 같다고 하여 볏짚 고(藁), 뿌리 본(本)의 이름이 붙었다. 어긋나기를 하는 잎은 깃털 모양으로 세 번 갈라진다. 뿌리 부근의 잎에는 긴 잎자루가 있고, 줄기의 잎에는 잎집이 있다. 8∼9월에 작고 흰 꽃이 겹산형꽃차례로 핀다. 큰 꽃자루는 10개 정도이고, 작은 꽃자루는 20∼22개이다. 10월에 타원형의 열매가 암갈색으로 익는다. 우리나라는 오대산, 설악산, 덕유산, 지리산 등 해발 600미터 이상 되는 고랭지에서 주로 많이 자란다.
고본의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매운맛의 강력한 발산 작용이 외감성(外感性)으로 인한 두통, 발열, 기침, 가래, 콧물 등을 낫게 한다. 두통 중에서도 정수리의 통증에 효과가 뛰어나다. 또 풍한습(風寒濕)이 원인이 되어 발병한 사지마비와 관절통에 고본을 강활, 방풍, 위령선과 배합하여 사용하면 좋다. 가을에 뿌리를 캐서 잘 말려 약재로 사용한다.
고본의 뿌리줄기에는 휘발성 정유(精油)가 들어 있어 진정, 진통, 해열, 항염증 작용을 한다. 따라서 신경성 피부염, 가려움증, 피부의 발진을 없애 주기도 한다. 고본에 대한 『동의학사전』의 설명을 보면, "약성이 방광경에 작용한다. 풍한을 없애고, 통증을 멈추며, 새살을 잘 돋게 한다. 풍한두통, 풍한표증(風寒表證), 치통, 창상(瘡傷), 옴 등에 쓴다. 하루 4~8그램을 달여서 먹는다. 외용약으로 쓸 때에는 짓찧어 붙이거나 달인 물로 씻는다."고 하였다.
고본은 단단하고 밝은 갈색을 띤 뿌리를 꺾어 보아서 중심부에 황색 점이 있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산에서 채취한 야생이 유통되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재배한 것들이다. 원래 많이 쓰이는 약재가 아니었는데, 사상체질론의 태음인의 약재로 유명해진 뒤 품귀 현상이 일기도 했다.
고본을 활용한 대표적 전통의학 처방으로는 '당귀보혈탕(當歸補血湯)'이 있다. 중국 원나라 때의 『위생보감(衛生寶鑑)』에 처음 등장한 이 처방은 '사물탕'에 6가지의 약재를 첨가하여 배합한 것이다. 빈혈로 인한 두통 ㆍ 갈증 ㆍ 목적(目赤) ㆍ 면홍(面紅) ㆍ 정충(??) 등의 증세를 다스리는 데 효험이 있다. 처방 내용은 생건지황 ㆍ 백작약 ㆍ 천궁 ㆍ 당귀 ㆍ 황금 각 4그램, 방풍 ㆍ 시호 ㆍ 만형자 각 2그램, 형개 ㆍ 고본 각 1.6그램이다. 황금은 머리나 상부의 열을 꺼 주고, 방풍 ㆍ 형개 ㆍ 만형자는 어지럼증을 완화해 준다. 또 시호와 고본은 인경약(引經藥)으로서 약성을 머리로 끌고 올라가는 역할을 한다. 약재 중 생건지황과 황금은 술에 축여 볶아 사용한다.
고본의 또 다른 전통의학 처방으로는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옥지산(玉池散)'이 있다. 이 처방은 풍고(風蠱)로 인하여 치아가 흔들리고 곪아서 고름이 나오는 것을 치료한다. 또 치조골에 풍(風)이 들어서 피고름이 흐르고 이뿌리가 드러나는 치통을 치료한다. 처방 내용은 고본 ㆍ 지골피 ㆍ 백지 ㆍ 방풍 ㆍ 세신 ㆍ 승마 ㆍ 천궁 ㆍ 당귀 ㆍ 괴화 ㆍ 감초 각 4그램, 생강 3편이다. 이 약재들을 검은콩 100알과 함께 달여서 그 물을 양치질할 때 입에 머금고 있다가 식으면 뱉는다.
◈ 고방과 경험방
1. 흉통이 심하면서 설사를 할 때 : 창출 40그램, 고본 20그램을 거칠게 가루 내어 한 번에 12그램씩 물에 달여 따뜻하게 마신다.
2. 풍사(風邪)가 위(胃)를 침입해 얼굴이 부었을 때 : 승마 8그램, 감초 6그램, 백지 5그램, 당귀 ㆍ 건갈 ㆍ 창출 각 4그램, 마황 2그램, 고본 ㆍ 시호 ㆍ 강활 ㆍ 황백 ㆍ 초두구 ㆍ 만형자 각 1그램을 한 첩으로 하여 생강 3쪽, 대추 2알과 함께 물에 달여 식후에 복용한다.
3. 여자들이 머리가 무거우면서 어지럽고 눈이 아플 때 : 고본 ㆍ 당귀 ㆍ 천궁 ㆍ 생건지황 ㆍ 방풍 ㆍ 형개 ㆍ 강활 ㆍ 세신 ㆍ 석고 ㆍ 만형자 ㆍ 반하 ㆍ 선복화 ㆍ 감초 각 2그램을 한 첩으로 하여 생강 3쪽, 대추 2알과 함께 달여 따뜻하게 마신다.
4. 풍사로 잇몸이 붓고 고름이 날 때 : 고본 ㆍ 승마 ㆍ 조협 각 20그램, 석고 60그램을 가루 내어 자기 전에 약이 남을 정도로 가볍게 양치질한다. 조협은 태워 사용하는데, 약성이 남아 있도록 은박지에 싸서 태운다. 이것을 소회존성(燒灰存性)이라 한다.
5. 풍독(風毒)으로 눈이 충혈되고 아플 때 : 고본 ㆍ 석결명 ㆍ 백작약 ㆍ 천마 ㆍ 세신 ㆍ 방풍 각 40그램, 백지 ㆍ 차전자 각 20그램을 거칠게 가루 내어 한 번에 20그램씩 물에 달여 식후와 잠잘 무렵에 따뜻하게 마신다.
6. 팔목과 다리가 붓는 관절염 : 고본 ㆍ 금은화 ㆍ 포공영 ㆍ 의이인 ㆍ 방기 각 4그램, 우슬 2그램에 물을 큰 사발로 하나 붓고 중불에 물이 반으로 졸 때까지 달인다. 식후에 2~3번씩 1~3개월간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7. 풍한(風寒)으로 두통과 치통이 있을 때 : 고본을 4~8그램씩 탕약으로 먹는다. 상처가 난 곳에 외용약으로 쓸 때는 짓찧어 붙이거나 달인 물로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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