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약(沒藥)은 감람나무과의 몰약나무에서 얻은 고무수지다. 몰약나무는 동부아프리카와 중동 등 열대지방이 원산지로 암석지대, 특히 석회암이 많은 구릉지대에서 자생하는 관목(灌木)이다. 굵고 단단한 가지와 가시가 있으며, 잎이 3장으로 복엽(複葉)을 이룬다. 열매는 타원형으로 자두처럼 생겼다. 나무의 껍질에 상처를 내어 흐르는 진을 건조시켜 만든다. 담황색 또는 암갈색의 크고 작은 덩어리 물질로서 알코올에 녹여 구중향료(口中香料)에 사용한다. 정유(精油) ㆍ 수지 ㆍ 고무질을 함유하고 있다. 예전부터 방부제로 사용되었고, 특히 미라의 부패를 막는 항균제로도 널리 쓰였다. 달리 미르라(myrrha)라고도 한다. 아랍어로 ‘매우 쓰다’는 의미다. 염료에 사용되는 화몰약(花沒藥)과 구별하기 위하여 연몰약(練沒藥)이라고도 한다. 화몰약은 연지벌레가 분비하는 동물성 천연수지다. 몰약 대신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염료에도 사용되었다. 여기에서 적색 색소만을 분리한 것이 연지로 쓰였다고도 한다. 또 색소를 제거한 담황색 수지를 셸락이라고 한다
몰약은 전통적으로 가톨릭교회와 정교회에서 향으로 썼다. 특히 정교회에서는 성찬 예배 때마다 향을 태우고, 가정에서도 향로를 두고 몰약을 태웠다. 정교회 건물에 들어가면 느낄 수 있는 냄새의 정체가 바로 이 몰약 향이다. 동방박사 중 발타자르가 아기 예수에게 몰약을 바쳤다고 한다.
몰약의 성미(性味)를 보면 향기가 좋고, 맛이 쓰면서 떫으며, 성질이 평(平)하고, 독이 없다. 약성이 간경(肝經)과 비경(脾經)에 작용한다.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없애며, 부기를 가라앉힌다. 또 통증을 멎게 하며 새살을 잘 돋아나게 한다. 약리 실험에서 기관지 분비 억제, 항균, 혈중 콜레스테롤 강하 작용 등이 밝혀졌다.
어혈로 인한 복통, 생리통, 징가(癥瘕), 타박상, 악성 종기, 치루, 부스럼, 점막의 염증 등에 쓴다. 현대에는 주로 염증과 종기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 몰약의 소염과 진통 작용은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인 사이클로옥시게나제를 억제하여 나타난다. 하루 4~9그램을 탕제, 환제, 산제 형태로 만들어 먹는다. 외용약으로 쓸 때는 가루 내어 기초 약제에 개어 바른다. 단, 뼈와 근육의 통증이 아닌 경우와 혈액이 허한 경우, 임산부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눈과 눈 주위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몰약과 비슷한 효능의 한약재인 유향(乳香)을 함께 사용하면 혈액을 순환시키고 통증을 없애는 효능인 활혈지통(活血止痛)의 작용이 증강하여 더욱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에 화학 항혈액응고제인 양방의 와파린을 함께 복용하면 두 약물 모두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몰약의 활용법은 천산갑과 유향을 배합하여 소종지통(消腫止痛)하고, 당귀와 천궁을 배합하여 활혈지통(活血止痛)한다. 또 도인과 홍화를 배합하여 거어지통(祛瘀止痛)하고, 애엽과 산사육을 배합하여 산후 혈결(血結)로 인한 복통을 치료한다. 이밖에 과루인, 당귀, 유향, 감초를 배합하여 유방 옹종(擁腫)을 치료한다.
몰약을 배합한 처방으로는 ‘몰약강성단(沒藥降聖丹)’ ‘몰약산(沒藥散)’ ‘난궁종사환(煖宮螽斯丸)’ ‘가미사근원(加味四斤元)’ ‘가감호골산(加減虎骨散)’ 등이 있다. ‘몰약강성단’은 타박으로 빼가 부러져서 아픈 데, 겹질려서 붓고 아픈 데 쓴다. ‘몰약산’은 어혈로 배꼽 주위가 몹시 아픈 데, 산후에 오로(惡露)가 나오지 않으면서 배가 아픈 데 쓴다. ‘난궁종사환’은 부인이 임신하지 못하는 것을 치료한다.
고방과 후세방
1. 몰약강성단 : 건지황 ㆍ 천궁 각 6그램, 자연동 ㆍ 오두 ㆍ 골쇄보 ㆍ 백작약 ㆍ 당귀 ㆍ 유향 ㆍ 몰약 각 4그램을 가루 내어 같은 양의 생강즙과 꿀을 섞어 10그램 크기의 환을 만든다. 한 번에 1알씩 소목 4그램에 술과 물을 절반씩 섞어 달인 물로 공복에 온복(溫服)한다. 자연동은 불에 달구었다가 천연 식초에 여러 번 담갔다가 따로 간다.
2. 몰약산 : 혈갈 ㆍ 몰약 ㆍ 계심 ㆍ 당귀 ㆍ 포황 ㆍ 홍화 ㆍ 목향 ㆍ 현호색 ㆍ 건칠 ㆍ 적작약 각각 같은 양을 가루 내어 한 번에 8그램씩 식전에 데운 술에 타서 먹는다. 건칠은 볶아서 쓴다.
3. 난궁종사환 : 후박 47그램, 계심 ㆍ 몰약 ㆍ 백급 ㆍ 백렴 ㆍ 백복령 ㆍ 백부자 ㆍ 석창포 ㆍ 오수유 ㆍ 인삼 각 37.5그램. 당귀 ㆍ 세신 ㆍ 우슬 ㆍ 유향 각 28그램을 가루 내어 꿀로 반죽한 다음 팥알 크기의 환을 만든다. 이것을 한 번에 10~20환씩 술로 복용한다. 약재 중 당귀는 술에 한나절 담갔다가 쓰고, 우슬은 술로 씻어 쓴다.
■ 황춘석 | 전 동양한약학원 강사
1. 이 글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전통의학을 소개하고자 쓴 글입니다. 또한 전통의학을 스스로 익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라는 뜻에서 처방과 치료법을 공개하였습니다. 처방과 치료법을 이용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 의사에 따르며, 치료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병력 차이로 인한 효과 또는 신상 변화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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