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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일혈(千人血)이요 /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 촉루낙시(燭淚落時)에 민루낙(民淚落)하고 / 가성고처(歌聲高處)에 원성고(怨聲高)라.
고대 소설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어사출두를 하기에 앞서 남원부사 변사또의 생일잔치에 참석하여 술 한 잔에 안주 한 점 얻어먹고 읊은 시다. 뜻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으리으리하게 빛나는 금 술잔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백성들의 피요 / 화려한 옥쟁반에 담긴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네 / 촛대에서 촛물이 떨어질 때 백성들의 눈물 떨어지고 / 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이 원망하는 소리 드높구나.
오늘날 양방 대학병원에 가 보면 그 규모와 호화로운 건물이 눈부시게 번창하는 재벌 기업 못지않다. 기업이 번창한다는 것은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성장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볼 때 긍정적이다. 하지만 양방병원이 눈부시게 번창한다는 것은 그만큼 질병으로 신음하는 국민이 많다는 뜻이니 생각해 볼 점이 크다.
OECD가 발표한 2012년 <건강자료(Health Data)>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민 50명 중 1명이 암 환자일 정도로 OECD 가입 국가 중 암 발생률 1위, 암 사망률 1위, 40~50대 사망률 1위, 불임률 1위, 성인 2명 중 1명이 고혈압과 당뇨, 기형아 출생 100명 당 5.5명,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 72만5천 명으로 유병률 1위다. 또 아이들의 경우 1980년을 기준으로 2015년을 비교하면 아토피피부염은 11배, 비만은 10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24배, 기형은 22배, 소아암은 18배나 높아졌다. 특히 기형, 자폐, 소아암, 아토피피부염, ADHD 등은 세계 1위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한편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상의료비는 1990년 7조3천억 원에서 2016년 125조2천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대로 가다가는 의료비가 2020년에는 242조 원이 필요하고, 이것도 부족하여 건강보험료 적자가 2030년에 연 50조 원에 이르는 등 국가가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처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양방 대학병원이 눈부시게 번창한 이면에는 질병공화국이란 오명과 엄청난 국민의 고혈(膏血)이 있었던 것이다. 체력은 국력이라고 했는데, 수많은 국민이 질병에 시달리는 것은 큰 문제다. 또한 국가의 부가 비생산적인 분야에 쏟아 부어진다는 것도 큰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건강보험을 질병 치료에 뒤치다꺼리하는 데 쓸 게 아니라, 유기농식품 등 국민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데 사용하여 국민이 병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현재처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으로 쏟아 붓는 한 양방병원의 운영과 번창을 위해 그만큼 더 많은 국민이 의료 소비자가 되어야 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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