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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 참여하는 공익 위원의 수를 대폭 줄이고, 양의사와 약사 등 공급자측 추천 몫을 현행 3분의 1에서 절반으로늘리겠다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박인숙(서울 송파갑 ㆍ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이런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박 의원은 양의사 출신으로, 양의사 단체인 대한여자의사회 회장과 울산대 의대 학장을 지냈다.
현행법상 건정심은 위원장 1명, 정부 ㆍ 건강보험공단 ㆍ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 측 추천 위원 8명, 의료계 ㆍ 약업계가 추천하는 공급자 측 위원 8명, 근로자 ㆍ 사용자 ㆍ 시민 ㆍ 소비자 ㆍ 농어민 ㆍ 자영업자 단체 등이 추천하는 위원 8명 등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장을 제외하면 정부 측 위원, 공급자 측 위원, 가입자측 위원이 3분의 1씩을 차지하는 구조다.
그런데 박 의원 등 30명이 발의한 법안은‘정부 및 가입자 측’과‘공급자 측’추천 몫이 6대 6이 되도록 하고, 위원장도양측이 합의해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럴 경우 건정심에서 양의사와 약사 등 공급자 측 위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행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이 법안은 지난해 여름 양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건정심 탈퇴를 선언하면서 내세웠던 건정심 개편요구와 내용이 유사하다. 양의사 단체는 궁극적으로 건정심을 의협 ㆍ 약사협 ㆍ 치의협 ㆍ 한의사협회 등 각 단체와 정부가 동수로 구성해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양의사 단체 측은 양의사 대표수가 너무 적은 반면 부처 공무원이나 공단, 그리고 정부가 영향력을 미치는 기관의 전문가들이 많아 결국 정책이 정부 뜻대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 왔다. 이 때문에 양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발의한 이번 법안의 배경에는 건정심에서 정부 및 가입자 측 위원을 줄여 양방 의료계의 발언권을 키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양방 의료계 측 주장에 대해“지불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참여해 논의하자는 것은 양방 의료계가 자신들의 이익만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역시“현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한쪽의 영향력이 커지거나, 가입자 측을 배제한 채두 주체만 1대 1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건정심을 개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일본과 대만 역시 이해 당사자들 다수가 참여해 균형을 맞춰 건정심과 같은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정심은 국가의 건강보험 정책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중요한 기구이다. 이런 건정심에 양방 의료계의 대표 수를 전체의 절반으로 늘리겠다는 국회의원의 발의는 국가의 건강보험 정책을 양방 의료계에 맡기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더군다나 이번 법안의 배경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양의사 단체의 요구, 즉 건정심을 의협 ㆍ 약사협 ㆍ 치의협 ㆍ 한의사협회 등 각 단체와 정부가 동수로 위원을 구성해 운영하자는 것은 가입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국가의 정책이 신뢰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공평무사(公平無私)해야 하고,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옳고 그름의 가치 기준을 국민에게 두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현행 건정심의 인적 구성은 일단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정책 결정이 더욱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국민의 편에 서려면 정부와 공공기관, 그리고국민이 절반씩 참여하여 운영하는 게 타당하다고 하겠다. 반면 첨예하게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은 공청회에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서 의사를 개진하도록 하는 게 옳다.
그런데 이런 점을 무시하고 반대로 첨예한 이익집단인 양방 의료계의 대표 수를 절반으로 늘린다면 국가의 의료 정책은 공정성을 잃고 양방 의료계의 이익과 입김에 의해 놀아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꼴이라 하겠다. 그렇게 해서는 국가의 공정한 정책 결정과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사실 건정심에 첨예한 이익집단을 참여시켜 의사 결정에 관여하도록 한 것은 그 자체부터가 잘못이다. 그것은 공공연 하면서도 합법적으로 이익집단에게 로비하도록 길을 열어 준 격이다. 따라서 국가의 건강보험 정책이 첨예한 이익집단에게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게 결정되려면 현재 건정심의 인적 구성은 분명 개선 되어야 한다. 그 개선 방향은 양방 의료계의 위원 수를 절반으로 늘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배제하는 것이어야 한다. 진정 국회의원이라면 양방 의료계를 대변하는 법안보다는 국민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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