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화학 약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양의사들이 제약회사들로부터 수십억 원대의 불법적인 금품을 받았다가 적발되는 일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 적발된 것만 보더라도 작년 말 양의사 150명이 업계 1위 동아제약으로부터 48억 원대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줄소환되고 있고, 금년 1월초에는 양의사 210여 명이 CJ제일제당으로부터 45억 원대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것이 경찰에 포착되었다. 또 금년 1월에는 양의사 667명이 대화제약으로부터 8억 원 상당의 현금이나 상품권을 받은 것이 검찰에 의해 발각되었다. 이밖에 양방 병의원과 양의사들에게 불법적인 현금이나 물품을 건넨 것에 연루돼 1월과 2월 사이에 식약청으로부터 일부 제품에 대해 판매 정지 처분을 받은 제약사만 해도 한국릴리, 이연제약, 일성신약, 동아제약,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한불제약, CJ제일제당, 명문제약, 한미약품, 신풍제약, 한국얀센, 제이알피, 태평양제약, 삼아제약, 한화제약, 뉴젠팜, 삼아제약, 한불제약, 아주약품, 대화제약, 슈넬생명과학, 스카이뉴팜,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 등 30여 개 업체에 달한다. 우리나라 시장 규모로 볼 때 화학 약을 둘러싼 리베이트는 연간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처럼 양의사들의 불법 리베이트 수수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2010년 11월 리베이트를 준 쪽뿐만 아니라 받은 쪽도 처벌하는 이른바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 당국에 적발된 양의사만 해도 4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양의사단체인 의사협회의 회장은 “쌍벌제가 발효된 상태에서 회원들의 피해가 크다”며 자신들이 마치 피해자라도 되는 양 말하고 있고, 대한의원협회는 ‘의사 범죄자 만들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제약사로부터 받는 금품은 관행일 뿐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는 불법 리베이트의 실태로 볼 때 양의사단체와 양의사들이 피해자인 양 주장하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제약사로부터 받은 ‘뒷돈’이 관행일 뿐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자본의 속성으로 볼 때 제약회사가 천문학적인 돈을 양방 병의원과 양의사들에게 건넨 이유는 삼척동자라도 알고도 남을 일이다.
이처럼 불법 리베이트가 활개치는 이유는 제약회사와 양의사들의 탐욕과 더불어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쌍벌제 이후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적발된 총 5천634명의 양방 의료인 중 지금까지 행정 처분을 받은 사람은 58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 제약사의 리베이트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많게는 수천 명의 양방 의료인이 리베이트 수수자 명단에 오르지만, 수수액이 300만 원 이상이거나 사법 처리 결과가 확정된 경우에만 행정 처분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더욱이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적발된 업체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소송 등으로 시간을 끌기 때문에 양방 의료인에게 행정 처분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실제 행정 처분을 받은 양방 의료인 58명 중에서도 쌍벌제가 적용된 경우는 양의사 8명, 약사 2명 등 모두 10명뿐이다. 그것도 10명 중 9명은 벌금형이 500만 원 이하란 이유로 기존과 같은 면허정지 2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벌금형 800만 원을 받은 양의사 1명만 기존보다 연장된 면허정지 4개월을 받았을 뿐이다.
또 감사원 자료를 보면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제약업체 등이 양방 병의원에 제공한 리베이트 금액은 드러난 것만 해도 1조1천억 원을 넘는다. 그러나 적발된 업체들 가운데 약 70퍼센트는 행정 처분 등의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리베이트를 받은 양의사와 약사, 그리고 양방 병원 임직원 중 80퍼센트에 대해서는 행정 처분 등의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양방 의료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리베이트는 결국은 그대로 원가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또 한편으로 불법 리베이트는 먹은 사람이 물을 켠다는 식으로 과잉 투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처지의 환자를 등치는 파렴치한 범죄이다. 또한 사회에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자기들끼리 먹자 파티를 하는 짓이라 하겠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불법 리베이트 제공 실태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와 함께 적발된 자들에 대한 신속한 행정 처분과 세무조사 강화, 그리고 약값 인하 등 일벌백계의 법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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