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고 무조건 약부터 챙기지 말라. 의사를 맹목적으로 믿지 말라. 누구도 당신의 생명을 책임지지 않는다.’
30여 년간 가정의학과 개업의로 일한 미국 의학박사 레이 스트랜드는 그의 저서 『약이 사람을 죽인다』에서 화학 양약을 맹목적으로 믿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가 이렇게 강조하는 것은 화학 약물로 인해 사망하는 사례가 미국 내 세 번째 사망 원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1998년 미국의학협회지에 실린 논문을 보면 1994년 한 해에 미국에서만 220만 명 이상이 심각한 화학 약물 부작용으로 입원했고, 이 중 1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주 의원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화학 의약품 부작용 의심 사례로 6만6천 건이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 사망으로 이어진 의심 사례는 2010년 540건, 2011년 576건, 올해 상반기 130건 등이었다. 생명이 위험했던 경우도 2010년 311건, 2011년 250건, 올해 상반기 48건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화학 약물로 인해 부작용이 빈발하고, 미국인의 3대 사망 원인이 될 만큼 사망자기 속출하는 것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화학 약물이 인체에 위해를 가하는 독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 약물이 인체에 위해를 가하는 독성이라는 점은 항생제, 진통제, 살균제와 같이 그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즉, 화학 약물은 싸우고, 누르고, 죽이기 위한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화학 약물을 인체에 계속 투여하면 생명력이 소모되면 되었지 보(補)해지지는 않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화학 약물과 같은 물질은 인체에 위해를 가하는 걸 감수할 정도의 응급한 상황에 국한해서 사용돼야 한다.
전통의학의 옛 의서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은 약물(藥物) 3백65종을 상 ㆍ 중 ㆍ 하 3단계로 나누었다. 그리고 그 중 상약(上藥) 1백20종은 독이 없어 오래 먹어도 해가 없을 뿐 아니라, 온몸에 이로운 것이라 했다. 또 중약(中藥) 1백20종은 약간의 독이 있어 오래 두고 먹을 수는 없으나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고, 하약(下藥) 1백25종은 독이 많아 복용해서는 위험하므로 응급한 상황에 부득이 응급처치 목적으로 써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상약은 우리 식탁에 매일 밥과 반찬으로 오르는 자연 식품이라 하겠다. 그리고 중약은 일부 자연 약재라 하겠고, 하약은 응급처치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화학 양약이라 하겠다.
결국 화학 약물 부작용이 빈발하고 이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는 것은 응급처치제인 화학 약물을 치료제로 사람들에게 인식시켜 비일비재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제약회사나 양의사들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기회가 될지는 모르나, 국민의 생명이 절단 나는 일임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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