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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관절 피해

다국적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의 인공 고관절 피해 문제가 6년째 표류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의 인공 고관절은 몸속에서 부식되면서 주변 뼈까지 녹게 하는 괴사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게 확인돼 6년 전에 회수 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그런데 업체의 소극적인 사태 수습과 식약처의 미온적인 대처로 피해 보상 문제가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아니 피해 보상은 고사하고 부작용 문제를 쉬쉬한 나머지 피해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당사자들이 문제의 인공 고관절을 수술 받았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존슨앤드존슨은 자회사의 인공 고관절 드퓨를 수술 받은 환자의 재수술 비율이 12∼13퍼센트로 예상치 8∼9퍼센트보다 높게 나오자 2010년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 대해 리콜을 결정했다. 그러나 존슨앤드존슨은 초기에 삼성서울병원과 경희의료원 등 대형 양방 병원에만 부작용 사실을 알리는 공문을 보내고, 일부 중소 양방 병원에는 피해 내용을 적극적으로 공지하지 않았다. 또 지난 7년 동안 제품의 부작용 문제와 리콜 사실을 사회에 알린 것도 한 번도 없었다. 또한 의료기기 피해 보상프로그램이 있음에도 제품을 공급한 의료기관을 통해 수술 받은 사람들의 예후를 확인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아 피해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공 고관절을 수술 받은 사람들이 뼈가 녹는 문제로 갖가지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이 문제의 제품을 수술 받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2013년 미국에서는 해당 제품을 시술받은 환자들이 법적 소송까지 진행하면서 진료비 ㆍ 정신적 피해보상금 등의 명목으로 1인당 2억6천400만 원에 가까운 보상에 합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또 캘리포니아주 법원 재판에서는 약 10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배심원의 평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존슨앤존슨은 미국에서는 신속한 리콜과 피해보상에 나섰으나, 국내에서는 시술받은 환자조차 파악하지 않는 등 이중적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존슨앤존슨이 자발적 회수와 피해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공급자 편의 위주의 허술한 법망 때문이다. 현행법상 의료기기 업체가 자발적으로 회수 조치에 나서면 식약처가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자발적 회수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현장 조사와 같은 중간 점검은 할 수 있어도 강제하거나 그 외에 다른 추가적인 벌칙을 가할 방안은 사실상 없다.”고 한다. 또한 “존슨앤드존슨이 환자정보보호법을 내세워 피해 환자 파악에 미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별도의 행정처분을 가할 벌칙 조항이 현재 없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식약처가 지난 2015년 7월 법령을 재정비하면서 의료기기 리콜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통보하고 해당 결과를 다시 식약처에 제출하는 시스템은 만들었으나, 정작 의료기기 업체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방안은 만들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2013년 당시 식약처의 현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보고하는 등 회수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행정처분과 형사 고발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만약 행정처분이 내려지면 판매 업무 정지 최대 3개월이 결정될 수 있다. 그런데 존슨앤드존슨은 자발적 회수가 결정된 직후 해당 품목의 식약처 허가를 아예 취소시켜 버림으로써 행정처분 조치를 교묘하게 피해 갔다. 형사고발로 낸 벌금액조차 존슨앤드존슨 200만원, 담당자 70만원으로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결국 업체 편의 위주의 허술한 법망과 식약처의 미온적인 태도가 국내에서 인공 고관절 피해 문제를 6년째 표류하게 한 요인이 되었다. 식야처는 그간 존슨앤존슨의 소극적인 리콜 조치와 피해보상에 대해 방관하고 있다가 가습기 화학 살균제 사태 이후 최근 민원이 계속 제기되자 행정자치부 등을 통해 전체 환자 명단을 확보하여 피해보상 등록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을 수립한 상태다.

최근 우리 사회는 가습기 화학 살균제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거나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서구의 인공 화학요법 역시 해마다 수많은 사람을 의료사고로 사망하게 하거나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런 국민적인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급자 편의 위주의 법을 속히 개정하여 징벌적 책임을 묻는 법률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