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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0일 대법원이 2년에 가까운 심리 끝에 평생교육원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침 ㆍ 뜸 교육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구당(灸堂) 김남수 옹이 대표로 있는 한국정통침구학회가 “침 ㆍ 뜸 교육 시설 설치를 승인해 달라.”며 서울 동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김 옹의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남수 옹은 2012년에 일반인에게 직접 침 ㆍ 뜸을 가르치겠다며 서울 동부교육지원청에 평생 교육 시설인 ‘정통 침 ㆍ 뜸 평생교육원’을 설립 신고했으나, 신고가 반려됐다. 침 ㆍ 뜸과 같은 의료 행위는 무자격 강사로 구성된 사설 기관이 아닌 정규 대학이 교육해야 한다는 게 반려의 이유였다. 이에 김 옹은 불복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은 당국의 반려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년에 가까운 심리 끝에 “임상 ㆍ 실습이 적법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음에도 막연한 우려만으로 침 ㆍ 뜸 교육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며 “설립 신고 단계에서부터 무면허 의료 행위가 예정돼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을 지키고 증진하기 위해 인체, 질병 지식을 학습할 기회를 얻는 것은 행복 추구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국민의 기본 권리”라며, “별도의 입법 조치가 없는 한 이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당국은 신고서 기재 사항에 흠결이 없고, 소정의 서류가 구비된 이상 신고를 수리해야 한다.”며 “신고 내용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의 사유로 수리를 거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침 ㆍ 뜸은 김치나 된장이 대학교에서 식품 학자에 의해 개발된 것이 아니듯이 한의대나 한의대 실험실에서 한의사가 개발한 것이 아니다. 침 ㆍ 뜸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지혜와 경험으로 개발하여 세습되고 있는 문화다. 또 장구한 역사를 통해 무수한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가 가미되면서 발전되고 있는 의술이다. 따라서 침 ㆍ 뜸의 주인은 한의사가 아니라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다. 또한 침 ㆍ 뜸에 대한 경험과 지혜는 오랜 기간 세습하고 있는 사람들이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침 ㆍ 뜸에 대한 발전의 동력과 개발의 지혜도 이 땅에 사는 사람들 속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경락 약침은 남상천 선생이 개발한 것이고, 8강 약침은 김정언 선생이 개발한 것이다. 또 매선침은 김동준 선생이 개발한 것이요, 온침과 전침은 김계언 선생이 창시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한의사도 아니요, 한의과대학을 다닌 것도 아니다. 그들은 모두 전통 의술 문화를 공유하면서 지혜를 가지고 전통 의술을 발전시켰다. 역사적으로도 오행침법을 창안한 사암도인은 조선시대 스님이었고, 사상의학의 이제마 선생도 조선 중기 무인(武人)이었다.
그간 한의사들은 자신이 침 ㆍ 뜸의 주인인 양 행세하며 진짜 주인을 탄압하고 심지어 배우는 것조차 못하게 막았다. 그들이 그렇게 했던 근본 이유는 모든 사람이 주인으로서 전통 의술을 익혀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면 그들의 돈벌이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그 부당함이 드러났다. 이제 침 ㆍ 뜸을 비롯한 모든 전통 의술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진짜 주인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침 ㆍ 뜸은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문화로서 공유하면서 자유로이 연구하고 시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초등학교 과정부터 침 ㆍ 뜸 과목을 편성시켜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구급방 정도는 교육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응급 처치가 늦어 사람이 애꿎게 깨어나지 못하고 생명을 잃는 불상사도 막을 수 있고, 보통 정도의 질병은 스스로 고침으로써 국민 의료비도 절감할 수 있다.
‘전통’은 전할 ‘傳’, 통할 ‘統’이다. 즉, 장구한 세월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발전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과거 오랜 역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발전을 이루어 온 게 전통이라면, 오늘날의 시간 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서 지혜가 더해져야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게 전통이다. 이런 점에서 전통 의술을 발전시켜 후대에 물려주려면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주인으로서 전통 의술을 자유로이 행하면서 다양한 의료적 지혜를 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점을 무시하고 그간 한의사들이 근시안적으로 자신들의 ‘돈벌이’에 방해된다는 생각으로 진짜 주인을 탄압하고, 지혜와 역량을 분출하지 못하도록 막았기 때문에 오늘날 전통 의술이 고사(枯死) 직전의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의사들도 몰락 직전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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