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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한방 병원이 병상을 축소키로 했다. 이것은 국내 한의학의 몰락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국내 한의원 폐업률은 2013년 68.4퍼센트에서 2014년 70.3퍼센트, 지난해 79.3퍼센트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1월에서 4월 사이에 문을 닫은 한의원이 353개로 문을 연 한방 의료기관 298개를 넘어섰다.
이렇듯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로 전락한 한의학이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그 역할이 커지고 있다. 즉, 해외에선 대체의학을 질병 치료에 적극 도입하고 있고, 매년 관련 시장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102조 원 규모이던 대체의학 세계 시장 규모가 2015년 130조 원으로 커졌고, 2020년엔 175조 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서양의학의 인공 화학요법의 허구성과 문제점을 깨달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대체의학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은 변화하는 세계 의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체의학을 육성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전통 의술의 효과에 주목해 ‘전통의학전략 2014~2020’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만 세계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한의계가 위기를 맞은 원인으로 흔히 비*** 를 꼽는다. 1999년 10월 남성 발기부전제 비***가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하자 그간 고가의 보약 판매에 안주했던 한의원의 매출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각종 건강기능식품이 시장에 등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밖에 수백만 원짜리 한약을 팔기 위해 한의사들이 한방 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걸 외면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한의원 몰락의 진짜 원인은 이런 표면적인 이유에 있는 게 아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이 대체의학이란 이름으로 임상에 수용하고 있는 침 ㆍ 뜸 ㆍ 약초 ㆍ 부항 ㆍ 정골법 등은 우리 민족이 1만 년 역사에 걸쳐 계승 발전시켜 온 전통 의술이다. 이런 전통 의술은 한의과 대학의 실험실에서 개발된 것도 아니고, 한의사가 개발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문화로서 공유하면서 무수한 세월에 걸쳐 경험과 지혜로 개발하고, 계승 발전시켜 온 것이다.
이렇게 전통 의술이 문화로서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한의사들이 전통 의술의 주인인 양 행세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전통 의술을 행하는 걸 기를 쓰고 막아도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각종 전통 의술들이 개발되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경락 약침은 남상천 선생이 개발한 것이고, 8강 약침은 김정언 선생이 개발한 것이다. 또 매선침은 김동준 선생이 개발한 것이요, 온침과 전침은 김계언 선생이 창시한 것이다. 그리고 사혈(瀉血) 부항법은 기준성 선생이 발전시킨 것이요, 발포(發泡) 부항법과 흡각(吸角) 부항법은 김형렬 선생과 강봉천 선생이 창시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한의사도 아니요, 한의과 대학을 다닌 분도 아니다. 그들은 모두 전통 의술 문화를 공유하면서 지혜를 가지고 전통 의술을 발전시켰다. 역사적으로 오행침법을 창안한 사암도인은 조선시대 스님이었고, 사상의학의 이제마 선생도 조선 중기 무인(武人)이었다. 뿐만 아니라 벌나무, 유근피, 죽염, 유황오리, 장생도라지, 오핵단, 금수단, 천금불역산 등 이 시대에 새로이 발견되는 약초와 약도 한의사나 한의과 대학에 의해 찾아진 것이 아니다. 한의사는 이런 열매를 빌려다 쓰고 있는 것일 뿐이다.
문화는 오랜 역사에 걸쳐 세습이 되고,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서 경험과 지혜를 가미할 때 꽃을 피우게 된다. 이런 검을 생각해 보면 오늘날 한의학이 몰락하게 된 진짜 원인은 한의사 자신이 전통 의술의 주인인 양 행세하며 이 땅의 사람들이 전통 의술 문화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탄압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통 의술의 뿌리가 고사 상태에 이르러 공멸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독특한 전통 의술을 계승하고 있거나 개발한 사람이 있으면 그 의술이 단절되지 않도록 국가가 지원해 가며 도제식(徒弟式)으로 학습을 시키고 있다. 또 그 의술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국민 의료에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면허가 없지만 전통 의술을 발전시킨 공로로 국가와 국민들에게 큰 존경을 받고 있다. 전통 의술에 대한 이런 중국의 선순환 구조가 오늘날 자연의학으로 개편되고 있는 세계 의료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힘이 되었고, 노벨 생리의학상까지 받게 된 원천이 되었다. 한의사가 더 이상 몰락하지 않으려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본문 참고) 비. 아. 그. 라. 라는 단어를 비*** 로 바꾸어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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