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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명의 지상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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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병 ‘양혈거습탕’ 복용하면 부기 사라진다
(80세) 선생은 침술, 약, 복진법 등 전통 의술의 맥을 잇고 있는 향토명의다. 선생은 중학교 때부터 계룡산 신원사 주지인 이대진(李大振) 선생 밑에서 의술을 배우며 침과 약의 묘리(妙理)를 터득하였다. 선생의 스승인 이대진 선생은 침술과 약과 역학에 통달한 당대의 명의로 이름이 높았다. 김태환 선생은 스승의 의술 비법을 이어 받아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후학(後學)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본지는 향토명의가 지닌 전통 의술의 맥이 단절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김태환 선생의 의술을 매월 소개한다. <편집자 주>

■ 김태환 | 靑山醫學會

각기병(脚氣病)은 다리가 나무처럼 뻣뻣하거나 지각 이상이 생겨서 제대로 걷지 못하는 증상이다. 습사(濕邪)와 풍독(風毒)이 침범했거나, 기혈이 제대로 돌지 못해 습이 몰려서 생긴다. 증상에 따라 습각기(濕脚氣)와 건각기(乾脚氣)로 분류한다. 습각기는 열이 나면서 다리가 붓는 것으로 부은 다리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움푹 들어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엔 소화가 안 되고, 늘 피곤하고, 팔다리와 근육에 힘이 없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전신이 붓고, 다리가 마비되거나 통증이 심해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된다. 또한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답답하고, 비장 부위가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더 진행되면 숨이 차 제대로 말을 못하게 되고, 울혈성 심부전으로 인한 심장 비대나 경련이 나타나 사망에 이르게 된다. 건각기는 열도 부종도 없이 단지 아프기만 한 것으로 반사 기능 저하와 함께 말초신경병증에서 주로 나타난다. 통증, 손발 저림, 손이나 발의 감각 저하, 하지마비, 구토, 보행 이상, 혼수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각기병은 도정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에게 주로 발생한다. 이는 도정 과정에서 쌀눈과 쌀겨에 있는 비타민 B1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음식을 섭취하면서 비타민 B1이 보충되어 각기병이 많이 감소되었으나,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알코올 중독자나 체중 조절을 목적으로 위 절제수술을 받은 사람에게서 발견되기도 한다. 또 혈액투석을 하는 사람이나 고농도의 화학 이뇨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각기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특히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 화학 양약 등이 발병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각기병이 있으면 몸의 습기와 열을 빼는 방법으로 보리밥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또한 비타민 B1은 신선한 쌀겨, 보리, 콩나물, 팥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이들을 곱게 분말하여 하루 중 적절한 시간을 택해 찻숟갈로 하나씩 먹으면 좋다. 비타민 B1이 풍부한 자연 식품을 임산부가 섭취하면 신장 장애 및 각기병을 예방하고,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다. 단,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타민 정제 제품은 석유의 슬러지에서 분자를 추출하여 합성한 것이므로 금해야 한다.
각기병에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면, 19세기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군의 경우 많은 각기병 환자를 냈다. 주로 장거리 항해에 나선 일본 해군 함선에서 빈발했다. 일본군이나 일본 정부에서는 이를 치료할 방안을 찾지 못해 고생했다. “잡곡을 먹으면 낫는다”는 전통의학의 처방은 서구 과학이 아니라고 무시되었다. 더구나 백미를 많이 먹는 에도 지역에서 각기병이 빈발한 반면, 이들이 도정되지 않은 메밀로 만든 국수를 먹으면 각기병이 치료되었는데도 서구의 세균 병인론과 화학 약 이론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했다.
하지만 각기병 세균설을 믿던 양의사들이 무색하게도 해결책은 뜻밖의 곳에서 나타났다. 해군 군의총감이었던 다카키 가네히로(1849~1920)는 장병의 식단을 바꾸면 각기병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급식을 보리밥으로 바꾸고 야채 반찬을 늘렸다. 야채를 싫어하는 젊은 장병들에게는 야채를 많이 먹이기 위해 카레라이스를 급식에 넣기도 했다. 다카키는 ‘보리밥 남작’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그의 처방 덕분에 러일전쟁 당시 육군의 각기병 환자가 20여만 명에 이르렀던 데 비해 해군에서는 100명에도 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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