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1만 년의 역사에 걸쳐 침과 뜸 등 뛰어난 전통 의술을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에 일제는 그들의 식민지 지배를 영구화하기 위해 민족 말살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 우리 민족의 얼과 문화를 비하하고 부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이런 일제의 만행은 1945년 광복 후에 청산되지 않고, 오히려 일제에 빌붙어 민족의 얼과 역사를 말살하던 자들이 관계 ㆍ 학계 ㆍ 법조계 ㆍ 사회계 ㆍ 경제계 ㆍ 언론계 ㆍ 종교계 요직을 장악해 버렸다. 그 결과 민족 반역자들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를 내림으로써 일신(一身)의 영달(榮達)과 호위호식(好爲好食)을 위해서라면 민족의 얼과 문화를 비하하고 말살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행태가 서슴없이 저질러지고 있다. 의료 분야만 해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족의 역사와 얼이 담긴 전통 의술을 서슴없이 비하하고, 서양의 인공 화학요법을 최고의 의술인 양 국민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다. 전통 침법 계승자 윤태섭(67세, 尹泰燮) 선생을 만나 전통 의술의 소중함에 대해 들어 보았다.
- 전통 침법 계승자로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계신데….
후학 양성을 위해 처음 강의를 시작한 것은 1998년입니다. 당시 뜸사랑회에서 침구 전문가 양성 고급 과정을 맡아 약 10년간 강의를 했습니다. 그 후 개별적인 그룹 강의를 해 오다 금년 9월부터는 한국문화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강의는『황제내경(黃帝內經)』에 근거하여 전통 침법의 기초인 경락학(經絡學), 장상학(臟象學),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이치를 수강자들이 깨우치도록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초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임상에서 변증(辨證)할 수 있는 방법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제 교육 방식은 배고픈 사람에게 일일이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게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을 깨우쳐 주는 것입니다. 같은 침술을 하더라도 이치를 모르면 영원히 주먹구구식으로 남의 것을 흉내 내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전통 침법의 원리에 대해 문리(文理)가 터지면 자유자재로 환자의 증상에 맞게 침술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부 당국이 기득권자의 이익 보호에만 급급한 채 침구사 양성을 외면하고 있는데, 전통 침법 계승자로서 우리 민족의 침술이 단절되지 않도록 후학 양성에 힘쓸 생각입니다.
- 침술에 입문하신 때는 언제입니까?
저는 20대 때에 상당수의 직원을 두고 가내수공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과로한 탓인지 27살이던 1975년에 구안와사가 왔습니다. 구안와사를 고치기 위해 반 년 이상 한방과 양방 병원을 돌아다녔으나 고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서울 상암동에서 침술을 하시는 박재선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진맥을 하시더니 저에게 글을 써보라고 하시더군요. 처음엔 글이 안 써졌는데, 집중하여 글을 써 보이자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그러면서“진맥 결과를 보면 당신은 수족을 쓰지 못할 정도인데, 어떻게 글을 쓰냐. 당신은 풍을 맞아도 세게 맞을 사람이다. 나이가 많았으면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젊으니까 그만한 것이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할아버지께 침을 몇 번 맞자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한 달 만에 구안와사가 완치됐습니다.
완치 후 할아버지께서는“한 번 더 풍을 맞으면 구제불능이다. 몸이 제일이니 신경을 많이 쓰는 가내수공업을 하지 말라.”고 하시는 거예요. 당시 저는 집도 있고, 돈도 많이 벌어 놓은 터라 신경이 많이 쓰이는 가내수공업 대신 다른 업종으로 전업했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만에 돈을 몽땅 날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할아버지를 찾아갔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저를 보시더니 깜짝 놀라시면서 물으셨어요.
“어디 아프냐?”
“다시 쓰러지면 구제불능이라고 하셨으니 안 쓰러지기 위해 침을 배우려고 왔습니다.”
“그래. 침을 배우는 것은 자유야.”
그리시고는 2달 동안 이렇다 저렇다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아마 저의 결심이 진정인지 지켜보신 모양입니다. 그리고 제 결심이 확고하다는 것을 아시고는 그때부터 하나하나 자세히 배움을 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침술은 글로 배우는 게 아니다. 들어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라. 들으면 뭐하냐. 봐라. 눈에 선하게 들어올 정도로 봐라. 보면 뭐하냐. 직접 해 봐야지. 신물이 나도록 해라. 백 명에게 침술한 사람과 천 명에게 침술한 사람, 만 명에게 침술을 한 사람이 같겠느냐. 침끝이 어디로 갔는지 느껴라.”
할아버지는 환자가 오면 제가 옆에 와서 앉을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시침(施鍼)을 하셨어요. 그리고 환자의 증상에 따라 치료하는 이치를 설명해 주셨어요. 나중에는 문제를 주고 제 의견을 묻는 식으로 교육을 하셨습니다.
“이분이 허리가 아프다더라. 어떻게 치료하면 되겠느냐.”
“간신(肝腎)을 보(補)해야겠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근(筋)은 간이 주관하고, 정(精)은 신(腎)이 주관하는데, 이분은 근과 정이 허해서 허리 통증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맞다. 간신이 허해 요통이 생겼으면 신유, 간유, 압통점, 원혈(原穴), 모혈(募穴), 낙혈(絡穴), 합혈(合穴)에 반드시 시침을 해라. 침술을 하기 위해서는 14경맥의 흐름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폐경(肺經)의 시작점은 중완이다. 그래서 체하면 폐경의 소상(少商) 혈을 따는 것이다. 맥도 모르면서 침대를 흔든다는 말은 촌(寸) ㆍ 관(關) ㆍ 척(尺) 맥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경맥(經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시면서 14경맥이 흐르는 방향을 손수 몸에 그려가며 보여 주셨습니다. 또 혈자리와 혈 자리 잡는 법을 일일이 짚어 가며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배우니 문리가 터지면서 1년 전에 제가 침을 놓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를 1976년 28살 때 만나 배우기 시작하여 1979년 88세의 일기로 작고 하실 때까지 3년간 사사(師事)를 받았습니다.
- 스승이신 박재선 선생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할아버지는 평생 침술을 해 오신 분으로서 조선 말기에 궁중의 유명한 어의(御醫)셨던 집안의 종씨 어른에게 사사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거주하셨던 서울 상암동은 대규모 쓰레기 처리장이 있던 곳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빈민촌에서 병들고 돈 없는 사람들에게 의술을 펼쳤던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진정한 의자(醫者)란 생각이 듭니다. 치료비도 정함이 없이 알아서 놓고 가고, 없으면 인사만 하고 갔습니다. 치료 받은 사람이 참 값이 없다고 하면“제가 언제 침 값 달라고 했습니까?”라며 환자들이 부담감을 갖지 않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저에게 항상“의자는 환자만 보고 자기 갈 길을 가야지 이익이나 정치에 휩쓸려서는 안된다.”라고 정의를 강조하셨습니다. 환자가 간 후에도“저 사람은 남의 탓만하고 반성할 줄 몰라 침놓을 때만 괜찮지 병이 낫지 않아. 나아도 재발하기 마련이야.
저 사람은 겸손하고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알기 때문에 반드시 병이 나을 거야.”라며 올바른 심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환자마다 병이 생긴 원인을 살펴 환자가 스스로 고쳐야 할 문제와 올바로 해야 할 것을 하나하나 일러주셨습니다. 특히 그릇된 음식과 화학 약, 수술, 운동 부족, 게으른 생활, 잘못된 마음을 많이 지적했습니다. 제게도“네가 다 고치려고 교만을 부리지 말라. 네가 침술 실력으로 병을 고치는 데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20~3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70~80퍼센트 환자가 고쳐야 한다. 진정으로 침을 잘 하려면 환자가 병의 원인을 스스로 고치도록 구침(口鍼)을 잘해야 한다. 침만 꾹꾹 찌르는 게 의자가 아니다. 환자의 생활과 마음을 다스려 줘야 의자다.”라고 하셨습니다. 중풍이나 암 등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이 나중에 와서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하자 정말 좋아졌다고 하면“좋아진다고 했잖아요. 그대로 하면 좋아집니다. 이제 침 몇 번 안 맞아도 됩니다.”라며 따뜻한 말씀으로 용기를 주셨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중증의 중풍 환자가 온 적이 있었어요. 할아버지의 댁은 창문으로 골목이 내다보이는 막다른 골목에 있었어요. 골목길을 중풍 환자가 걸어오는 것을 할아버지께서 보시고는 말씀하셨어요.
“힘든 환자 오는구나.”
“할아버지 언제는 힘들지 않은 환자가 온 적이 있었나요?”
“잘 봐라. 오른쪽으로 풍을 맞았다. 걷는 모습 보면 깊이 맞았다. 말도 제대로 못할 것이다. 저 사람은 똥오줌을 받아냈을 텐데, 운 좋게 걸어서라도 온다. 다른 데서 침 맞고 저 정도라도 좋아졌을 텐데, 더 이상 낫지 않으니 이곳으로 온다.”
그리고는 옛날 굵은 동침으로 중완을 뚫어 놓는 거예요. 환자가 고통을 참으며 이빨을 악물고 있자“이빨 상하고 싶어요. 입 벌리고 맘껏 소리 질러요.”라며 사정없이 침을 찌르시는 거예요. 그래서 환자가 간 뒤 할아버지께 여쭈었어요.
“할아버지 다른 사람에게는 아프면 말해라. 아프지 않게 놔 주겠다고 하시더니 저 분은 그렇지 않아도 중증의 환자라고 하시면서 왜 더 아프게 침을 놓으시는 거예요?”
“너 아직 그것도 모르냐? 침을 놓으면 침 기운이 어디로 가냐?”
“경락으로 갑니다.”
“아니야. 침으로 자극을 주면 삼초를 통해 뇌로 전해지는 거야. 그리고 뇌에서 치료 물질이 나와 경락을 타고 가서 몸을 좋게 하는 거야. 굵은 동침으로 심자(深刺)해서 강한 자극을 주면 줄수록 뇌에서 강력한 치료 물질이 나오고, 침 몸살이 풀어지면서 낫는 법이야. 아파야 낫는 게 침이야.”
또 한번은 조용히 저를 부르시더니 당신 몸에 침을 놓으시라는 겁니다. 어디에 침을 놓길 원하시는지 여쭈니“네가 생각나는 대로 놔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연세가 들면 어깨와 허리가 아프실 것이란 생각에 사관(四關)을 트고, 간신을 보하는 방법으로 시침을 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침을 다 맞고 나시더니“침감(鍼感)이 보통이 아니다. 너는 말귀도 잘 알아듣고, 침감이 뛰어나다. 환자가 너에게 침을 맞으면 너를 찾을거다. 집안 어른에게 물려받은 침술을 자식도 물려받지 못해 못 주고 간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제대로 물려받았구나. 네가 나타나서 받으니 고맙다. 하늘이 너를 보내 줘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기본적인 치료 원칙과 방법을 몇 가지 말씀해 주세요.
동의학(東醫學)의 원전(原典)인『황제내경(黃帝內經)』을 보면 건강하려면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난치병 환자일수록 잘 먹고 잘 싸야 병이 낫습니다. 할아버지께서도“먹지 못하면 고칠 길이 없다. 8강 진단을 하되, 침을 잡기 전에 잘 드시는지 반드시 물어라. 또한 묻지만 말고 위경(胃經)의 원혈(原穴)인 충양(衝陽)의 맥을 짚어 봐라. 충양 맥이 미세하게 뛰면 위기(胃氣)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분은 잘 드시지 못해 기운이 약하니 침을 놓지 마라. 더구나 침은 기운 뺏는 것이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런 분에게는 반미립대(半米粒臺) 뜸을 떠 주고, 침을 놔달라고 하면 천자(淺刺)만 했어요. 제대로 침을 맞으려면 집에 돌아가서 뜸자리 잡아 준 대로 뜸을 뜨고, 잘 드신 후 기운이 나면 오시라고 했습니다.
신장의 기운을 진단하는 척맥(尺脈)이 미세하게 뛰는 경우에도 침을 놓지 않고 신장의 진기를 보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뼈와 근육 등 인체의 모든 조직은 신경을 통해 뇌에 연결되어 있는데, 뇌수와 골수의 짝이 신장입니다. 신장이 정수(精髓)를 만들어 뇌에 끝없이 공급해 주는데, 더 이상 공급해 주지 못하면 동공과 항문이 열리고 심장이 멎어 사망하게 됩니다. 따라서 신장을 다스려야 뇌가 건강해지고, 생명력이 넘치게 됩니다.
이런 이치를 바탕으로 등에는 백회, 풍지,곤륜, 위중, 폐유, 간유, 신유를 기본 치료 혈로 삼습니다. 또 몸 앞쪽에는 합곡, 태충, 곡지, 족삼리, 관원, 기해, 천추, 중완, 전중, 상성을 기본 치료 혈로 삼습니다. 그리고 환자의 증상에 따라 치료 혈을 가감하는데, 특히 담경(膽經)을 다스려 인체의 중심을 잡아주지 않고서는 병을 고치기 어렵기 때문에 담경의 혈을 가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기억에 남는 임상 사례를 말씀해 주세요.
2년 전에 신장이 다 망가진 70대 남성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서울대 교수인 사위가 손을 못 대게 하는 거예요. 후배 중에 양의사가 3명 있는데, 모두 신장 이식 이외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는 겁니다. 한의사도 만났는데 달리 치료할 길이 없다고 해서 양의사가 권유한 대로 신장 이식 전까지 신장 투석을 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고쳐 본 경험이 있으니 3달간만 치료할 기회를 달라고 했어요. 그래도 손을 못대게 해서 겨우 신장 이식 전까지 20일간만 치료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일단 가족들에게 신유, 삼초유, 지실, 지실 1치 아래에 반미립대 뜸을 하루에 9장씩 뜨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2번씩 독맥 협척혈과 폐유, 간유, 비유, 삼초유, 신유, 지실, 지실 1치 아래, 중완, 관원, 기해, 천추 등에 침을 맞게 했습니다. 그러자 2주 만에 얼굴이 새까맣던 게 벗겨지고, 몸 상태가 좋아졌어요. 이런 결과에 환자나 가족들이 믿음을 갖게 되어 2달간 침뜸 치료를 지속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서울대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는데, 신장 이식은 물론 투석조차 할 필요가 없이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막대한 돈을 들여 신장 이식을 하고, 평생 혈액 투석을 하면서 고생할 뻔 했던 것을 고쳐 주었으니 양의사나 사위나 할 말이 없게 되었지요.
■ 김석봉 | 동양자연의학연구소 대표
1. 대한전통의학회 회원에 가입하시면 매월 3째주 토요일에 실시되는 전통의학 학술 세미나에 초대됩니다. 또한 모임을 통해 회원 간 친목 도모 및 전통의학에 대한 토론에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 가입비는 없으며 세미나에 참석시 참가비는 2만원입니다. 회원 가입 및 비방 · 비술 발표 세미나 참가를 원하시면 연구소로 전화(02-888-7780)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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