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몸에는 기둥처럼 척추가 서 있다. 이 척추를 중심으로 하여 오장육부가 달려 있고, 사지와 근육이 붙어 있다. 척추를 따라서는 대동맥이 흐르고, 그 속에는 중추신경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핏줄과 신경이 전신으로 갈라져 나가 기혈순환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인체의 건강을 올바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척추 부위가 굳어지거나 변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침은 굳어지거나 변형된 척추 부위에 직접 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지(上肢)나 하지(下肢) 부위에 분포되어 있는 척추 반응점에 자극을 주어 척추 부위의 이상을 해소하는 신개념의 원격 치료 침술법이다. 비침을 하여 척추를 붙잡고 있는 근육 중 굳어진 곳을 풀어주면 변형된 척추가 바로 잡히고, 해당 부위와 연결된 곳의 기혈순환이 원활하게 되어 인체의 이상이 신속하게 해결된다. 비침을 개발한 제주침구사협회 이광일(李光日, 53세) 회장을 만나 그 효과를 들어 보았다.
Q. 비침이란 어떤 침술법입니까?
A. 거대한 점보 여객기도 모든 상황을 조정하는 반 평 남짓한 계기판이 있듯이 우리 몸에도 그러한 곳이 있습니다. 우리 몸에는 7개의 경추와 12개의 흉추, 5개의 요추, 엉치뼈, 꼬리뼈 등 척추가 기둥으로 서 있으면서 근육과 신경과 혈관이 바르게 작용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합니다. 모든 장부와 기관도 이 척추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척추 부위에 침을 하면 인체의 신경계통과 오장육부의 이상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랜 기간 임상 연구해 본 결과 중지 손톱 뿌리에서부터 수삼리에 이르는 부위에 척추를 대응할 수 있는 반응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족삼리에서 현종에 이르는 부위에도 반응점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체의 각 부위에도 반응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치료는 질병마다 상지에 있는 한 개의 반응점을 대응하고, 하지 부위의 반응점을 보조로 배합해서 사용합니다. 비침은 바로 이 반응점을 자극하여 인체의 이상을 치료하는 새로운 개념의 원격 침술법입니다.
Q. 시술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A. 오십견과 목 디스크를 예로 들면 먼저 경추와 관련해서 어떤 근육이 협착되었는지를 진단합니다. 만약 경추 3~4번이 협착되었다면 중지 둘째 마디에서 반응점 찾아 자극을 줍니다. 또 요추 4~5번이 협착되어 요통이 생겼으면 중지와 연결된 손등 뼈 사이에서 반응점을 찾아 자극을 줍니다. 구안괘사는 오른쪽 안면신경이 마비되었는지, 왼쪽 안면신경이 마비되었는지, 또 발병 원인에 따라 반응점이 다릅니다. 대개는 수삼리 아래 2치 부위에서 반응점을 찾아 자극을 줍니다. 축농증의 경우는 중지의 둘째 마디에서 반응점을 찾아 자극을 줍니다.
이런 방법으로 신속한 치료가 가능한 이유는 척추를 붙잡고 있는 근육 중 굳어진 곳을 풀어주면 해당 부위와 연결된 곳의 기혈순환이 원활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경추가 바르게 서 있는 것은 직립근이 붙잡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데, 이 근육이 굳어지면 해당 부위에 기혈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견비통이 생깁니다. 또 굳어진 근육이 경추를 압박하기 때문에 목 디스크가 생기고, 이렇게 경추가 변형되면 경추와 연결되어 있는 해당 조직에도 기혈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상이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은 손목을 꽉 잡고 있는 상태에서 손가락을 쥐었다가 펴기를 하면 기혈이 통하지 않아 손목을 꽉 잡고 있지 않았을 때와 달리 힘이 빠지는 것과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근육이 굳어지거나 막히면 통증이 발생하고, 그 이후의 조직에 기혈이 제대로 가지 않아 힘이 없어져 이상이 생깁니다. 이런 점에서 비침으로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면 통증이 사라지고, 인체의 이상이 신속하게 사라집니다.
Q. 침술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A. 악성 류머티즘관절염으로 고생하던 아내를 침술로 고친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 아내는 은행원 출신인데, 갑작스럽게 악성 류머티즘관절염이 생겨 10년 동안 대소변을 받아 내야 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 종합병원이라고 하는 한양대학교 병원에서 할 만한 시술은 다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차도는 없고, 오히려 병증이 깊어만 갔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제주도에 사시는 이모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제주도 성판악에 용한 침술사가 계신데, 웬만한 류머티즘관절염 환자는 들것에 실려 와서 며칠 만에 걸어 나간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씀을 듣고 확인하러 제주도 성판악에 가 봤습니다. 이모님 말씀대로 많은 환자들이 낫는 것을 보고 믿음이 갔습니다. 그래서 그 즉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가는 배에 짐을 실었습니다. 본래 가진 게 없었으니 제 아내를 치료해 주시는 침구사님을 위하여 몸으로나마 보답하고자 혼신을 다해 집사같이 굳은 일을 맡아서 몇 년을 했습니다.
그러던 1995년 어느 날 침구사님이 "침을 배워 보지 않겠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철사 같은 것으로 몸의 여기저기를 찔러서 아파 죽어 가던 분들이 아프지 않다고 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터라 그 신기한 침술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침구사님이 먼저 제안을 해 오시니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침구사님 밑에서 열심히 배웠습니다. 제 아내의 류머티즘관절염을 고쳐 주신 고마운 분의 가르침이라 배고픈 줄도 모르고 열과 성을 다해 배웠습니다. 그 후 전통 침맥을 이어 오시는 전국 각지의 신침(神鍼)으로 소문난 분들을 찾아다니며 배웠습니다.
Q. 120만 평의 산야에서 천종산삼 등 약초를 재배하고 있는데?
A. 천종산삼이란 지종산삼, 산양산삼, 장뇌산삼으로 알려진 산삼 중에서 최고의 삼을 말합니다. 그간 제주도에는 천종산삼이 없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천종산삼의 후대를 보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공했습니다. 산삼의 종류 별로 유전자가 다 다르기 때문에 진짜 천종산삼인지는 유전자 검사를 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노지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해 왔습니다. 제주도의 노지 표고버섯은 육지의 하우스에서 재배한 표고버섯에는 없는 비타민 E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거의 일본으로 수출되고, 국내에서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이런 표고버섯을 120만 평의 산약초 농장에서 재배하여 약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값싼 약재보다는 토종의 천연 약재를 써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효험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용하다는 소릴 듣는 전통 의술인들은 자신의 약초밭에서 직접 약초를 재배하여 사용합니다. 제 농장은 해발 600미터에 위치해 있는데, 주위엔 몇 백 년 된 황칠나무가 깔려 있고 300년 된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농장에 들어가면 앞이 안 보일 정도의 밀림이 우거져 있고, 각종 약초가 야생하고 있습니다. 오전에 잠깐 환자를 보고, 오후에는 농장에 들어가 약재를 채취하거나 재배하고 있습니다.
Q. 순수한 물을 이용해 치료하고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A. 우리들이 알고 있는 물과 관련된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미네랄이라고 하는 물질이 없으면 좋은 물이 아니라고 배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순수한 물은 H2O입니다. 물의 입장에서는 H2O가 아니면 다른 것은 불순물입니다. 사실 인체가 필요한 미네랄을 음식에서 보충 받지 않고 물로만 보충하려면 하루에 400리터의 물을 마셔야 가능합니다.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은 음식과 소금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물 속에 함유된 미네랄의 유무로 물의 가치를 따지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입니다.
99,99999%의 순도를 가진 물을 순수라고 합니다. 이것은 1그램 당 가격이 금보다 3배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물로서 일반인은 들어보지 못한 개념의 물입니다. 지금의 물은 입자가 커진 물이기 때문입니다. 만년설이 녹은 물인 프랑스의 에비양이나 심해 심층수가 좋다고 하는 것은 오염되기 전의 물입니다. 결국 순수에 가까울수록 좋은 물이라 하겠습니다. 미국에선 순수한 물을 마이크로 크러스트워터라고 하여 100cc에 100달러 정도에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물을 만드는 ‘수정제조기’가 제주 성판악 저의 농장에 있습니다. 진공 상태에서 고온으로 물속의 불순물을 태워 순수한 물을 만드는데, 이렇게 만든 순수한 물은 입자가 미립자로서 물 분자 5~6개로 이루어져 소위 6각수의 형태장을 띱니다. 실제 이 물로 표고버섯을 달여 마시면 입자가 작아 흡수율이 배로 높아집니다.
우리 몸의 이상은 대부분 물이 문제가 되어 생깁니다. 경험으로 볼 때 물 때문에 온 병은 물로 고칠 수 있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도 하루에 1.8리터씩 순수한 물을 마시면 나을 수 있습니다. 당뇨 환자에게 복용시키면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며칠 안에 혈당 수치가 떨어지고, 고혈압 환자 역시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수백 명의 임상을 통해 보면 대개 낮에 하품이 없어지고, 밤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으며, 피곤함을 모르는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 김석봉 | 동양자연의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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