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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러지?” 다음날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내가 쓴 보고서인데 아무리 읽어도 앞뒤 문맥이 맞지 않았다. 제대로 고치려 해도 뜻대로 안 되고, 머리가 띵한 게 온통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혼미했다.
하지만 딱히 아픈 증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기억력이 좀 떨어진다 싶었지만 나이 탓이려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좀 쉬면 낫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두통이 심하게 일어나며 잠이 오지 않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다시피 했다. 다음 날 아침 아직 두통이 남아 있는 피곤한 상태에서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 때가 1997년 10월이었다.
다시 의식을 회복한 곳은 집 근처에 있는 양방 병원이었다. 의식이 돌아오자 양의사는 내게 물었다. “내 말 들리죠? 10 빼기 7은 몇이에요?” 그런데 답을 말할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생도 맞출 수 있는 아주 쉬운 문제인데도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머리 속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양의사는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걱정스런 눈길로 곁을 지키고 있던 아내에게 말했다. “서둘러 대형 병원으로 가세요.” 아내는 나를 이끌고 서울로 향했다. 어디가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니고 아내가 하는 말도 다 알아들을 수도 있는데, 머리가 휑하며 도무지 정리되지 않았다. 양방 병원에 도착해 혈액검사와 CT 촬영, MRI 촬영 등 모든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를 먼저 안 것은 아내였다. 담당 양의사가 아내만 따로 불렀다. 양의사를 만나고 온 아내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내 앞에선 태연한 척했지만, 아내의 눈가엔 이미 눈물 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아내의 눈물 젖은 눈을 보고 무언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한참 지난 후에 아내는 내게 뇌종양이라는 사실을 말해 줬다.
뇌종양. 나는 가만히 속으로 되뇌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겁나거나, 무섭거나,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고, 머리만 혼미했다. 결국 뇌종양이라는 사실을 아무런 생각 없이 담담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이렇게 나는 뇌종양 환자가 됐다. 왼편 뇌 쪽에 종양이 4개 정도 있는데, 그대로 두면 3개월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수술을 하고 방사선 처치를 하면 완치될 수도 있다고 했다. 가족끼리 의논할 여유도 없이 수술을 받기로 했다. 최악의 경우 수술 중에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지만, 수술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해서 수술 날을 받아 놓고 기다리던 중, 친지 한 분이 찾아와 병원을 옮기라고 했다. S병원에 뇌종양 수술을 잘하는 유명한 의사가 있으니 그리로 가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가족도 이왕이면 권위 있는 의사에게 수술 받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었다. 결국 S병원으로 병원을 옮겼다. 입원실이 없어 응급실에서 1주일을 보낸 후 수술실로 들어갔다.
종양이 크게 자라 있는 왼쪽 뇌를 절제하고, 수술실에서 나와 내가 깨어난 것은 사흘 후였다. 대부분 24시간 후면 마취가 풀린다는데, 나는 사흘씩이나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아 가족들을 불안하게 했다. 훗날 아내는 내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아 결국 수술의 부작용으로 죽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중환자실에서 1주일을 보낸 뒤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암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은 입원실에서였다. 내게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아내는 서점에 가서 암에 관한 책이며, 암을 고친 사람들이 쓴 수기 같은 책들을 잔뜩 사들고 왔다. 같은 병실의 암 환자를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보니 자연요법에 관심이 갔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요법으로 서양의학이 고치지 못하는 암과 같은 질병을 치유하고 있고, 유럽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도 새롭게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었다. 수기를 쓴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기도 하고, 자연요법을 권장하는 책의 저자와도 여러 번 통화를 했다. 자연요법에 관한 다른 책들도 열심히 읽었다.
양방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나는 두 명의 죽음을 봤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수술실에 들어간 한 환자는 수술 도중 수술의 부작용으로 사망했고, 나와 같은 병실의 옆자리에 있던 청년은 수술을 받고 나보다 먼저 퇴원했는데 얼마 후에 사망했다고 한다. 옆 병실에서도 여러 명의 암 환자가 수술 도중, 또는 수술 후에 사망했다는 말이 들려 왔다.
3개월이 지나 퇴원 후 자연요법을 보급하는 단체에 가입해 식이요법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웠다. 배우는 동안 주변의 체험을 통해서 양방 병원의 인공 화학요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매끼 식사 전에 민들레, 컴프리, 신선초, 케일, 돗나물, 돌미나리, 토마토 등으로 만든 녹즙을 마셨다. 또 효모, 알로에, 유산균 등도 먹었다. 아침 식사는 동네에서 친환경 재료로 직접 만들어 파는 두부를 먹었다. 점심과 저녁은 강낭콩과 현미, 율무를 섞은 잡곡밥에 된장찌개를 곁들였다.
식후엔 효소와 버섯 등을 넣어 달인 차를 마셨다. 암세포를 키우는 성분이 들어 있는 화학조미료와 인스턴트식품, 탄산 음료수 등은 철저히 피하고 친환경 자연식 재료로만 음식을 만들었다. 그렇게 생활을 바꾸자 시간이 갈수록 몸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뇌종양 환자라곤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통증도 없었다. 건강할 때보다는 기운이 없고, 몸이 다소 무거운 듯했지만 참을 만했다.
퇴원할 때 양의사는 내게 왼쪽 뇌를 떼어 냈기 때문에 후유증이 있을 거라고 했다. 화를 잘 내고, 결벽증이 나타나고, 건망증도 심해지며, 늘 멍한 상태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부인이 무척 힘들 거라고 경고했다.
사실 후유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보다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나빠진 건 사실이었고, 결벽증도 나타났다. 특히 녹즙 재료를 씻을 때 혹 기생충이나 화학 농약이 남아 있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식초물이나 소금물에 오래 담가 두었다가 녹즙을 만들었다. 그런데도 음식이 늘 불안하기만 했다.
이렇게 식이요법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열심히 한 지 몇 개월이 흘렀다.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던 1998년 6월, S병원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다. CT와 MRI 촬영을 마친 뒤 필름을 보던 담당 양의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이렇게 치료가 잘 될 수 있나? 우리 병원이 치료를 너무 잘 했는데요” 담당 양의사는 인공 화학요법으로 내 병이 좋아진 것인 양 말했다.
수술로 왼쪽 뇌의 종양을 떼어 냈지만, 내 머리 속엔 제거할 수 없는 종양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해 1월부터 5주일 동안 방사선 처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뇌 속의 종양은 여전했다. 그런데 자연요법을 열심히 한 결과 수술 부위는 물론 수술하지 못한 부위의 암세포까지 거의 사라진 것이다. 나는 양의사에게 식이요법을 열심히 해서 종양이 없어진 것이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에 입원해 있을 당시 다른 환자가 회진하던 양의사에게 식이요법을 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어봤을 때 크게 화를 내며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일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치료가 잘된 결과를 보고 나니 식이요법을 하면서도 신이 났다. 꾸준히 식이요법을 계속 하면서 1년쯤 지나자 암세포는 더 이상 내 몸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통증이나 다른 증상도 전혀 없고 등산을 하거나 여행을 해도 몸에 무리를 느끼지 않았다.
그러자 이만하면 식이요법을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먹는 화학 가공식품도 먹고 싶었다. 아이스크림도, 라면도 먹고 싶었다. 무엇보다 많은 양의 녹즙과 건강보조식품을 시간 맞춰 먹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기에 좀 느슨하게 식이요법을 했다. 그랬더니 몸에 금방 이상 증상이 느껴졌다. 자기 몸은 자기가 제일 잘 안다. 양방 병원에 가서 굳이 검사를 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식이요법을 꾸준히 할 때에는 몸이 개운하고 가뿐한 느낌이었는데, 며칠 중단하거나 느슨하게 요령을 피우자 몸이 쉬 지치는 듯했다. 벌컥 암세포가 다시 증식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들었다.
좀 나아졌다고 교만해지거나 나태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식이요법을 꾸준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일체의 화학 가공식품을 중단했다. 녹즙도 꾸준히 마시고, 현미 잡곡밥으로 식사를 했다.
나는 아직 완전한 상태가 아니다. 사실 꼼꼼히 따져 보면 세상 사람들 중에 완전히 건강한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현대인들은 다들 한두 군데쯤은 아프고 상하고 고장 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머리 속엔 더 이상 암 종양이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뇌세포를 파괴하고 괴사시켜 암세포를 만드는 원흉인 화학 독소를 내 몸에서 모조리 씻어 내어 건강한 상태로 만드는 일이다. 몸을 정화하여 자연치유력을 회복시키면 암세포는 당연히 생기지 않게 된다. 17년 전 석 달밖에 살지 못할 거라고 했던 나는 이렇게 스스로 암을 고쳐 건강하게 살고 있다.
암을 치료함에 있어 내게 가장 큰 의사는 자연식이다. 자연요법을 알게 된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다. 양방 병원의 인공 화학요법에 의존하여 치료하는 다른 뇌종양 환자들이 가산은 가산대로 탕진한 채 고통 속에 죽음을 당하는 상황에서 큰 돈 안 들이고 큰 고생 없이 뇌종양을 고쳤으니 자연요법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 허현회 | 의학 전문 작가
1. 이 글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전통의학을 소개하고자 쓴 글입니다. 또한 전통의학을 스스로 익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라는 뜻에서 처방과 치료법을 공개하였습니다. 처방과 치료법을 이용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 의사에 따르며, 치료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병력 차이로 인한 효과 또는 신상 변화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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