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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합성 화학물질에 의해 물고기 생태계 교란 속도 더 빨라져
지난 2003년과 2004년 미국 매릴랜드주의 포토맥강에서 과학자들이 이 강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을 표본 조사한 뒤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전체 조사한 물고기 가운데 60퍼센트, 즉 10마리 가운데 6마리가 성장하면서 자웅동체 또는 수컷에서 암컷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여기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정소 안에서 알을 키웠다는 것이다. 그 강의 수질을 조사했더니 하수처리 공장에서 그대로 흘러나온 많은 화학약품 물질들이 검출됐다. 더 놀랄 만한 사실은 이 포토맥강의 물을 워싱턴DC를 비롯해 인근 많은 도시들이 식수로 끌어와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 전역에서 이와 유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런 생태계 교란을 우려하는 조사 보고서는 또 있다. 베일러대학 생물학자들은 텍사스주 덴턴에 있는 강에 사는 물고기들을 관찰한 결과 수컷 물고기들이 폐수 공장에서 흘러나온 화학 피임 약물에 의해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난 2000년 이후 미국에서는 프로작 사용이 두 배로 증가해 5천400만 명이 이 화학 피임약을 복용했다. 또한 미국 지질조사국은 미국 전역에 있는 강과 개울의 절반 이상에서 항우울증 화학약품의 잔류물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 화학물질은 대합조개와 홍합, 물고기의 성장과 생식에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화학 약물에 노출된 물고기의 절반이 조기 폐사하거나, 성장이 멈추고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그런데 지금도 매일 10억 갤런의 폐수가 해저 파이프를 통해 로스엔젤레스와 오렌지카운티의 깊은 바다로 배출되고 있다며 과학자들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02 생물체 대량 멸종 지구 역사상 가장 빠르게 진행
자연 생태계 교란에 의한 변종 물고기 발견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구촌 어디를 가나 화학물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생태계 변화가 겉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 지역 강에서 서식하는 대부분의 물고기들도 수컷이 암컷화되는 것이 확인됐다. 배출 하수에서 존재하는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 노출로 인해 북부 유럽 7개 나라 가운데 5개 나라의 호수 등에서 물고기의 생식계에 이상이 발견됐다.
독성 화학물질 가운데 잡초 제거용으로 사용되는 ‘아트라진’은 미량이라도 개구리 수컷을 암컷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빈도 조린’이라는 곰팡이 제거제 역시 불과 2~3피피엠의 적은 양이라도 수컷 쥐의 성적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1999년 <독성학과 산업 노동자의 건강>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서는 생태계 교란의 여파는 빠른 시일 안에 인간에게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화학물질 제조기업들은 식물들의 경우 자연적으로 에스트로겐을 모방한 화학물질을 생성하며, 이것이 비정상적인 생태계 변화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도난당한 우리의 미래』 공동 저자이자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화학물질을 연구하는 과학자 모임은 합성 호르몬은 천연 호르몬과는 전혀 다른 독성물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합성 화학물질은 우리 인체 안에서 오랜 세월 존속할 수 있지만,식물성 에스트로겐은 24시간 안에 없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구촌 생명체 지도의 변화는 이제 큰 위험에 봉착해 있다. 서구의 화학물질문명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생명체의 대량 멸종은 45억 년의 지구 역사에서 가방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자연 파괴가 우리 인간에게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는 생물학자들의 경고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과거와 달리 오늘의 대량 멸종은 자연 변화가 아닌 인간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을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자료 정리 | 태백현 기자
우리 사회는 서구의 화학물질문명에 구조적으로 완전히 장악되어 의식주 전반에 걸쳐 화학물질이 만연해 있다. 따라서 입과 코와 피부를 통해 화학 독소가 무차별적으로 유입되고 있고, 그 결과 피가 독혈(毒血)로 오염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 독혈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신을 돌아다니며 세포를 괴사시킴으로써 암 ㆍ 고혈압 ㆍ 당뇨병 ㆍ 심장병 등 각종 질병이 초래되고 있다.
이 글은 <워싱턴 포스트>와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추적 보도기사를 쓴 랜덜 피츠제널드가 펴낸 『100년 동안의 거짓말』(시공사 출판)을 토대로 한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화학물질이 체내에 축적되어 각종 폐해를 일으키고 있음에도 서구는 일정 양의 화학물질이 제품에 사용되는 것은 괜찮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화학물질문명으로 인해 인류가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깨달아야 인류의 생명과 생존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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