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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영업비밀보호법, “발암물질 표기 안 해도 좋다”
재료를 녹이기 위해 플라스틱과 직물에 사용되는 벤젠과 자일렌은 발암성 화학물질이다. 스프레이와 방충제 같은 1천5백여 종의 살충제에 사용되는 크리스토발라이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소비자가 제품에 이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알 수는 없다. 라벨에 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업체가 무단으로 표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그렇게 해도 좋다고 되어 있다.
어떻게 발암물질이 법의 보호를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것은 발암물질이라 해도 ‘비활성물질’ 또는 ‘기타’로 분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비활성물질이란 제품의 작용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는 성분을 말한다. 화학 살충제의 경우 비활성물질은 살충 성분이 물에 잘 용해되도록 하고, 표면에 잘 붙도록 한다. 또 제품의 보관 기간을 더 길게 하거나, 해충의 체내에 더 잘 흡수되도록 한다. 국가가 이 비활성 물질을 영업비밀보호이란 미명 하에 ‘비활성물질’ 또는 ‘기타’로 분류하여 은밀히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등 한 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의 99퍼센트가 이 법의 보호 아래 발암물질을 마음 놓고 쓰고 있다.
캐나다의 의사 존 생키가 정부에 등록된 8천 가지의 살충제 조제법을 분석했다. 그 결과 라벨에 표시되지 않은 ‘비활성’ 화학 성분이 1천 가지가 넘었다. 그는 이 사실을 발표하면서 기업과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사실 ‘비활성’이란 말은 얼토당토않은 용어이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쓰는 화학 성분을 비활성으로 분류하기 위해 변호사에게 수백만 달러를 지출한다. 인체나 곤충에 별다른 작용도 하지 않는 무언가를 집어넣기 위해 그 많은 돈을 지출하는 회사가 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엉터리가 아닐 수 없다.”
02 라벨에 표기된 화학 성분도 눈속임
독성 화학물질을 감추는 용어는 비활성물질 말고도 많다. 2004년 미국의 국립환경트러스트가 널리 쓰이는 40가지 제품을 검사했다. 그런데 제품에 들어 있는 절반 이상의 독성 화학물질이 라벨에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일례로 다용도 세제인 리졸에는 신경독인 글리콜레더스가 포함되어 있고, 립스틱인 레블론 문드롭스에는 신경 및 생식 관련 독성물질인 프탈레이트가 몰래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제조 회사들은 이들 성분을 표기하기보다는 ‘방향제’ 등의 그럴듯한 이름을 갖다 붙여 위장하고 있다. 이런 일은 인스턴트 가공식품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지만, 제조 회사들은 ‘조미료’란 이름을 갖다 붙여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있다. 방향제는 화장품 같은 제품들의 향기를 좋게 하거나 주요 화학물질의 악취를 감추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 성분이다. 심지어 ‘무방향제’나 ‘천연 방향제’ ‘무취제’라는 라벨이 붙어 있는 제품에도 이런 성분이 감춰져 있다.
이처럼 현대인은 ‘비활성’ ‘방향제’ ‘천연 재료’ 등으로 위장한 독성 화학물질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화학물질 이름을 깨알같이 적어 놓은 라벨조차도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용어와 눈속임으로 가득 차 있다. 최근에야 밝혀졌지만, 1973년 미국의 여러 화학공장 노동자들 사이에 암이 유행병처럼 번졌다. 그 공장들은 탈취제와 헤어스프레이의 추진제로 쓰이는 염화비닐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조사 결과 비활성이라고 분류했던 물질이 암을 유발했다는 게 규명됐다. 그런데도 정부나 기업은 미용실에서의 사용을 금지시키지 않았다. 소송이 두려운 업체들이 서둘러 사업을 접었을 뿐이다. 이 사실을 폭로한 PBS 웹사이트는 “그때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이유도 모른 채 암에 걸리거나 사망에 이르렀는지 알 방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 자료 정리 | 전통의학비방 편집부
우리 사회는 서구의 화학물질문명에 구조적으로 완전히 장악되어 의식주 전반에 걸쳐 화학물질이 만연해 있다. 따라서 입과 코와 피부를 통해 화학 독소가 무차별적으로 유입되고 있고, 그 결과 피가 독혈(毒血)로 오염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 독혈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신을 돌아다니며 세포를 괴사시킴으로써 암 ㆍ 고혈압 ㆍ 당뇨병 ㆍ 심장병 등 각종 질병이 초래되고 있다.
이 글은 <워싱턴 포스트>와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추적 보도기사를 쓴 랜덜 피츠제널드가 펴낸 『100년 동안의 거짓말』(시공사 출판)을 토대로 한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화학물질이 체내에 축적되어 각종 폐해를 일으키고 있음에도 서구는 일정 양의 화학물질이 제품에 사용되는 것은 괜찮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화학물질문명으로 인해 인류가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깨달아야 인류의 생명과 생존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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