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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유전자조작식품이 몰고 올 재앙 막연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에 유전자조작식품(GMO)이 이미 우리가 날마다 먹는 수많은 먹을거리 속에 슬그머니 숨어 들어와 있다. 콩이나 옥수수처럼 널리 알려진 것들뿐만 아니라, 토마토 ㆍ 파프리카 ㆍ 우유와 같은 식품, 두부 ㆍ 식용유 ㆍ 간장과 같은 가공식품, 그리고 과자 ㆍ 음료수 ㆍ 아이스크림 같은 인스턴트식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들어가 있다. 이제는 오히려 GMO가 포함되지 않은 먹을거리를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현재 유전자 조작 작물은 전 세계 농경지의 8퍼센트가 넘는 1억1430만 헥타르 이상의 면적에서 재배되고 있다. 그리고 그 면적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미 엄청난 양의 GMO를 먹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히 GMO가 매우 과학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안전성 실험을 거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국인들이 막연히 생각하다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게 되었듯이 GMO를 막연히 생각하다가는 큰 재앙을 맞을 수 있다.
GMO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결코 과학이 아니다. 그것은 수백 수천 번 반복되는 무작위적인 시행 과정 속에서 우연히 발견된 것일 뿐이다. 복제양 돌리 한 마리를 탄생시키기 위해 260마리의 기형 돌리들을 만들어 낸 것은 그나마 매우 양호한 사례에 속한다. 생명공학 기업의 연구진들은 오늘도 세포의 DNA 속에 유전자 탄환들을 쏘아대고 있지만, 그들이 성공할 확률은 사실상 로또 복권의 당첨 확률과 거의 비슷하다.
과학적 공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창조주들이 그 결과를 책임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람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자연 환경에 풀어놓았을 때 장기적으로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할지에 대해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생명공학 기업들이 비용을 지불하는 검증 절차들이란 대개 통과의례일 뿐이다. 형식적인 현장 조사 기간조차 고작 몇 주에 불과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같은 감독 기관의 고위 관료들은 은퇴한 뒤 생명공학 기업들에서 새로운 고위직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제품이 시장에 나와 소비자들의 입 속에 들어간 뒤에야‘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들이 민망한 얼굴을 불쑥 내밀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안전성 실험을 소비자들이 돈을 지불해 가며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결코 조잡한 기술의 모르모트가 될 수 없다. 또 신성한 생명을 탐욕스런 거대 기업의 이윤 창출의 수단에 바칠 수 없다.
GMO는 더 맛이 있지도, 더 저렴하지도, 더 영양이 많지도, 더 보기 좋지도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하지 않다. 보다 안전한 대안이 있는 데도 유전자조작식품을 먹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02 GMO 농사 대신 자연 유기농 장려해 국민 건강 회복시켜야 한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GMO 벼 연구와 상용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면 주변 경작지가 오염되고, 농업 기반이 와해될 우려가 있어 농민과 환경단체들이 들고 일어섰다. GMO를 재배하면 꽃가루가 주변 생태계를 오염시켜 유기농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돼 농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최근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거나 염증성 질병이 심해지는 글루텐 질병이 GMO 소비와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또 암, 불임증, 간장병, 파킨슨씨병 등을 유발한다는 글리포세이트 독성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2014년 6월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한 연구원은 최근 어린이 자폐증이 급증하는 이유가 몬산토사의 화학 제초제 라운드업 때문이며, 2025년엔 아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자폐증에 걸릴 수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몬산토사는 악명 높은 고엽제를 생산하여 월남전 때 대량 살포한 회사다. 그런데 라운드업은 고엽제보다 수십 배나 독성이 강한 화학 제초제다. 효율성만 생각해 자연의 순리를 어긴 채 독성이 강한 화학 농약을 사용하는 GMO 농작물보다는 항산화제와 미네랄이 풍부한 자연 유기농을 장려하여 국민 건강을 지져야 하는 게 국가의 책무가 아닌가?
현재 한국은 농촌진흥청에서 GMO 연구 개발 사업이 이뤄지고 있고, 주로 주식인 쌀에 편중돼 있어 국민 감시가 느슨해질 경우 GMO 벼 상용화가 봇물 터지듯 잇따를 수 있다. 졸속적인 진입을 막으려면 GMO 재배를 규제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또한 가공식품에 대해 GMO 원료 사용 여부를 표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더 나아가 GMO 표시를 감시 감독할 수 있는 이력추적제도 시행하고, GMO로부터 안전한 친환경 급식 조례도 제정해야 한다.
■ 이기영 | 호서대학교 자연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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